인공지능(AI)이 바둑뿐 아니라 유방암 진단에서도 인간을 앞서기 시작했다. AI를 활용하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의료진의 진료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건강 관련 연구 조직인 구글헬스의 스콧 마이어 매키니 연구원 등은 미국과 영국에서 약 2만8000명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 방사선 전문의를 능가하는 유방암 진단 능력을 갖춘 AI를 개발했다고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가 참여했다.
통상 유방암은 의사가 유방조영술(X-선 촬영) 결과를 살펴 암세포를 찾아낸다. 하지만 암세포가 있어도 유방 조직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미국암협회에 따르면 연간 3300만 건의 유방암 검사가 시행되지만 이 중 약 20%는 암세포가 있는데 찾아내지 못한다. 암이 없는데 잘못 진단하는 사례도 많다.
구글은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7만6000명, 1만5000명 이상의 유방조영술 결과를 활용해 AI를 학습시켰다. 이후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 여부가 가려진 영국인 2만5856명, 미국인 3097명의 유방조영술 사진을 AI에 입력했다. 그 결과 암 환자를 음성이라고 오진한 비율이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9.4%, 2.7% 낮게 나왔다. 암세포가 없는데 암이라고 오진한 비율도 각각 5.7%, 1.2% 낮았다.
구글은 또 다른 실험에서 AI와 인간 전문의 6명에게 무작위로 선택한 유방조영술 사진 500장을 놓고 진단하도록 했다. 그 결과도 AI의 오진 비율이 전문의보다 낮게 나왔다.
AI가 의료진의 진단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영국에선 하나의 영상을 의사 두 명이 분석하도록 돼 있다. 구글은 1차 진단을 의사 1명과 AI가 맡게 한 뒤 둘의 진단 결과가 다를 때만 다른 의사가 추가 진단하도록 하면 두 번째 의사의 일이 88%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도미닉 킹 구글헬스 영국 대표는 “AI 기술을 유방암뿐 아니라 폭넓은 분야에 사용할 경우 진단은 훨씬 정확하고 공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만 AI의 실질적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추가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의료 환경은 훨씬 더 복잡한 탓이다. 구글은 폐암과 눈 및 신장 관련 질환을 찾아내는 AI 시스템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웨어러블업체 핏비트를 21억달러(약 2조4399억원)에 인수하는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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