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4년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에서 처음 선보인 엣지(화면 옆을 곡선 형태로 구부린 것) 디자인을 6년 만에 포기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7일 세계 최대 IT쇼인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20'에서 처음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노트10 라이트' 모델의 실물로 추정되는 사진이 온라인에 유출되면서다.
유출된 이미지를 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정체성인 엣지 형태를 버리고 아이폰 처럼 평평한(플랫)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모델인 노트 시리즈에 플랫 화면을 적용한 것은 '갤럭시노트5' 이후 처음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디자인 정체성을 이유로 플랫 디스플레이 사용을 꺼려왔다. 갤럭시노트10 디자인을 총괄한 강윤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전무)은 지난해 8월 뉴욕에서 열린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엣지 디스플레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삼성 내부에서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엣지 디자인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디자인 정체성(아이덴티티)과 관련된 문제로 특별한 이유 없이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현재의 디자인 철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5' 이후로 내놓지 않았던 플랫 형태의 노트 시리즈를 재출시한다면, 이는 턱밑까지 추격해온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급형 기기뿐만 아니라 프리미엄급 제품에서도 라인업을 다양화 해 중국 업체들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세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어온 중국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미국의 전방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스마트폰 2억5100만대를 출하해 17.7%의 점유율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2억850만대를 출하해 14.4%의 점유율을 기록한 전년 대비 더 늘어 저력을 발휘한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억23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세계 1위를 고수하지만 점유율은 21.3%로 화웨이와의 격차가 3.6%P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저가폰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도 삼성전자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비보, 오포, 샤오미 등 현지 업체들에 밀려 점유율이 0%대에 그쳤을 정도로 부진하다.
지난해 3분기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20%)은 1년 전에 비해 1위 샤오미(26%)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 반면 3위 비보(17%)와 간격은 좁혀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대대적인 중저가 라인업 개편에 나섰던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미 라인업 다변화 전략으로 점유율을 늘린 경험이 있다.
지난해 갤럭시S10 시리즈를 '갤럭시S10', '갤럭시S10 플러스', '갤럭시S10e' 등 3종으로 내놨고 노트 시리즈 최초로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노트10 플러스'를 출시하는 등 이원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 갤럭시S10 시리즈는 출시 후 전작 대비 성공적인 판매 성과를 거뒀는데 이는 새로 추가된 갤럭시S10e가 추가적인 판매량 확보에 큰 역할을 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도 "갤럭시노트10은 노트 시리즈 중 처음으로 2종을 출시하는 이원화 전략을 썼다"며 "이는 최고 스펙을 원하는 소비자와 휴대가 용이한 노트 시리즈를 원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