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은 2017년 국민연금 이사장에 지명됐을 때부터 논란이 됐다.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은 가파르게 불어나 어느새 700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수익률이 0.1%만 삐끗해도 7000억원이 날아갈 판이어서 전문가 등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북도의회를 중심으로 지역 정치권에서 대부분의 정치 생활을 해온 김 이사장을 택했다. 과거 국민연금 수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최광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와 문형표 씨,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등 대부분 복지 또는 금융·투자 전문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과 인연을 맺은 건 19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면서다. 당시 김 이사장은 보건복지위원회를 맡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결정을 이끌어냈다. 공공기관을 자신의 지역구로 유치하고 이후에는 그 기관의 장으로 부임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그 기관이 있는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되려고 출사표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자신의 정치 이력을 위한 ‘정류장’ 정도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재임 기간 국민연금에서의 업적도 아쉽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연금 관련 공약인 국민연금개혁안이 결론조차 제대로 못 내고 사실상 무산됐다. 재임 기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는 2017년 20명, 2018년 34명, 2019년 20명 등 꾸준히 퇴사자가 나왔다. 본인이 앞장서 이뤄낸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 가장 큰 이유다.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가 다른 공공기관 수장보다 막중한 이유는 기금이 잘못되면 한국이 재앙에 가까운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21년 1800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가 이후 빠르게 소진돼 2050년대가 되면 고갈될 운명이다. 불과 30여 년 남은 ‘골든 타임’ 동안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기금이 줄기 시작할 경우 투자 자산 매각이 국내 시장에 미칠 충격도 미리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금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금개혁이 촉박하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국민연금은 정치인 출신 수장을 둔 탓에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4월 제2청사 기공식이 대표적이다. 제1청사 때는 하지 않은 기공식을 예산을 들여 대대적으로 한 것을 두고 “지역구 주민을 향한 치적 알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1월에는 “자산운용 전문 자회사를 국민연금 아래에 설립하겠다”는 발언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공기업 하나를 신설해 지역구에 유치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모두 김 이사장이 이번 총선 출마를 목전에 둔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잡음이다.
한 국민연금 출신 금융사 임원은 “이참에 어느 정도의 투자 DNA를 가지고 있고, 장기간 조직에 전념할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국민연금 직원들도 그의 사의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가 새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명할 때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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