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진입과 성장을 가로막는 기득권 규제를 더 과감하게 혁신해나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합동인사회 발언에 주목하는 것은 이런 절박감 때문이다. 규제혁신에 나서겠다는 취지의 대통령 말은 처음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규제개혁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원격의료다. 대통령이 병원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도입을 장담했지만 1년 반 넘게 진척이 없다. 해외에서는 광범위하게 시행된 지 오래됐고, 한국의 정보기술(IT)로 충분히 가능한 첨단 서비스지만 의사 등 기득권 집단 반대와 정부 의지부족으로 우리 안방시장까지 중국 일본 등에 내줄 판이다. 네이버처럼 규제에 지친 원격의료 업체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
미래형 공유경제의 싹을 자른다는 비판에 국제적 망신까지 자초한 ‘타다 금지법’도 마찬가지다. ‘금지법’이라는 최악 규제법을 국정의 책임을 공유하는 여당 의원이 발의해 밀어붙이는 현실이 딱하다. 금융계와 산업계가 그렇게 호소해온 이른바 ‘데이터 3법’ 처리도 해를 넘긴 채 뒷전으로 밀렸다. 이들 법안의 처리 지연으로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12개 신산업의 발목이 잡혀있다는 대한상공회의소 실태분석이 보이지도 않는가. 청와대 참모뿐 아니라 필요하면 대통령도 나서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접촉해 법안 통과에 실질적 기여를 해야 한다.
‘3대 신산업(바이오헬스·시스템 반도체·미래차)’을 선정하고 ‘혁신성장’만 외치면 뭐 하나. 관련 산업계에서는 여전히 “규제 때문에 사업이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연구자들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청와대가 앞장서 여당, 친여 사회단체, 이익집단들을 설득하면서 규제혁파에 승부를 걸어야 투자가 이뤄지든, 인재가 몰리든, 성과가 나오든 할 게 아닌가. ‘주 52시간제’나 산업안전보건법처럼 설사 명분이나 의욕이 앞서 덜컥 도입하기로 한 ‘금지·강제법’도 현실이 뒷받침되지 못하거나 이상이 앞섰다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요컨대 지킬 수 있는 규제여야 실효성도 낼 수가 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법’을 성과라고 내세우기도 하지만 이것도 정작 핵심 규제는 건드리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왜 나오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규제 문제에 관한 한 원론에서는 ‘대찬성, 적극 지지’이지만 실제로는 ‘찔끔, 주저’이고,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게 이전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최소한 잠재성장률만큼이라도 성장하려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만큼 미래를 대비하는 산업계 사정은 절실하다. 대통령의 다짐이 더 이상 희망고문이 돼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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