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한 해 투자 전략을 세우기에 분주한 시기입니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연관성이 워낙 높아지다 보니 국내 이슈만 챙기면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가 정리한 올해 글로벌 자본시장 주요 이슈와 해외 언론을 통해 투자은행(IB) 종사자들이 내놓은 시장 전망을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IB 종사자들의 전망도 매우 엇갈립니다. 글로벌 주가는 사상 최고,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에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거든요. 연초에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식 확정 그리고 중국 지급준비율 인하 등으로 낙관론이 우세할 겁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지정학적 리스크 부상 가능성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일단 IB 종사자들은 추가 금리 하락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재개했고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입자들은 절대금리 측면에서 유로화 차입이 유리하단 의미죠.
미국이 사상 최장의 경기 확장기를 경신할 전망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 관련 강경 발언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단 겁니다.
또 국내에서는 아직 큰 논의가 없지만 기후변화 등에 중점을 둔 자본시장 혁신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환경 비친화적인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조달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거든요.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한 금융상품에 대한 정의를 마련하는데 합의했습니다. 또 트랜지션(Transition)이라는 새로운 분류 체계도 만들었습니다. 트랜지션은 앞으로 녹색 기업으로 전환을 이행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녹색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기업의 조달 활동도 녹색 금융이라고 보는 셈이죠.
이 과정에서 트랜지션 본드(Transition Bond)가 새로운 자금조달 형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조달자금이 탄소배출 감축에 사용된다는 점에서는 그린 본드(GreenBond)와 비슷하지만 기업이 지금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녹색 기업으로 이행하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글로벌 IB들은 "트랜지션 본드가 지속가능 금융을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중반 이후엔 그린 본드 발행액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답니다. 탄소배출이 심한 아시아나 신흥국 기업들은 이를 통해 조달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도 있겠죠.
글로벌 IB들은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그리 좋게 보지 않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아람코 상장 외에도 우버와 리프트 등의 주가 급락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IPO를 '실망의 해'로 평가했습니다. 부풀려진 기업 가치, 수익성과 거버넌스 부족 등으로 투자자들이 신규 IPO 기업들에 큰 할인 폭을 요구할 것이라는 게 글로벌 IB들의 전망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큰 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투기등급 중에서도 투자 위험이 큰 신용등급 CCC등급 채권에 뭉칫돈이 밀려들 정도였거든요. 일본 기관 투자가들은 올해 신흥국 채권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한다고 하고요.
일단 이런 정크 본드(투기 등급 채권) 상승 랠리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기관 투자가들이 올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크게 높여줄 자산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보니 고위험 채권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올해 투자 전략을 마냥 위험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잡긴 어렵습니다. 블룸버그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올해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말입니다. 기업들의 투자 감소는 실물경기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와 정치 이벤트들이 맞물려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하고요. 매년 그렇듯 투자 전략을 세우는 건 참 고민스러운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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