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업계 보폭 넓히며 ‘화려한 컴백’
3일 금융감독원과 싱가포르거래소,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TSX) 등에 따르면 스팩맨그룹은 페이퍼 컴퍼니를 포함해 현재 2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캐나다 TSX 벤처거래소에 상장된 스팩맨에쿼티그룹과 중간 지주사격인 스팩맨엔터테인먼트그룹(싱가포르거래소 상장) 밑으로 영화 제작·투자사, 연예 기획사, 연예인 마케팅 회사 등을 거느린 형태다.
‘가장 보통의 연애’ ‘국가 부도의 날’ ‘검은 사제들’ 등을 제작한 영화사 집,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제작한 영화사 심플렉스,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를 공동 제작한 그란라이트콘텐트, 영화 투자사 노버스미디어코프 등이 스팩맨그룹 계열사다.
연예 기획사로는 UAA(송혜교·박형식 등 소속),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손예진·이민정), 샛별당엔터테인먼트(배두나), 국엔터테인먼트(김상경), 피프티원케이(소지섭·택연) 등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영화 제작 쪽에 집중하다 최근 드라마 제작에도 손을 대고 있다”며 “투자와 제작, 유통, 배우 매니지먼트까지 모두 아우르다 보니 업계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주로 싱가포르와 홍콩에 머물며 은둔의 경영을 펼치고 있지만 2000년만 해도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일한 그는 2000년 1월 보일러 송풍기 업체 파워텍을 인수해 리타워텍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70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이 벤처 품을 타고 그해 5월 1조200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거품은 금방 꺼졌고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떠안기면서 주가 조작 논란까지 빚어졌다.
그가 엔터업계에 처음 눈을 돌린 것은 2004년 국내 최대 영화제작사 싸이더스를 인수하면서다. 2002년 법정 공방 끝에 주가 조작 혐의 등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뒤였다. 영화 ‘살인의 추억’ ‘범죄의 재구성’ 등이 잇달아 흥행하면서 싸이더스 가치가 크게 높아졌고, 싸이더스를 재매각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우회상장 논란 가세
스팩맨그룹은 그동안 조용히 사세를 넓혔지만 최근 코스닥 상장사 ESA에 지분을 팔기로 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ESA는 소프맥스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개발하던 회사였지만 2016년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했다. 드라마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 등이 계열사다. ESA는 지난해 말 홍콩의 비상장사인 스팩맨미디어그룹 지분 28.1%를 18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각각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회사로부터 300억원을 받기로 했다. 스팩맨과 손잡고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였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스팩맨그룹이 ESA를 통해 국내 증시에 우회상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오는 14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스팩맨 측 인사 3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분 취득을 발표하기도 전에 스팩맨에쿼티그룹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을 사외인사로 앉힌 점, 최 회장이 활동하는 홍콩과 싱가포르 회사가 갑자기 유상증자로 자금을 대기로 한 점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ESA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40.3% 오른 뒤 12월에 71.8% 하락했고 이달 들어선 다시 32.5% 올랐다.
스팩맨그룹은 우회상장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홍콩과 싱가포르 회사를 ESA에 연결해준 것은 맞지만 우리가 자금을 댄 것은 아니다”며 “ESA와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했는데 최근 ESA 상황이 바뀌면서 추진 여부를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SA는 지난해 음료업체 선우프로듀스로 최대주주가 바뀐 후 스팩맨과 협업을 추구했지만 현재 선우프로듀스는 최대주주 지위를 잃은 상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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