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현대미술의 최신 흐름을 보여주는 비엔날레 행사는 오는 9월 서울 부산 대구 광주에서 일제히 개막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정부의 미술품 양도세 중과 방침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가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미술시장 흐름은 단색화 스펙트럼 확장, 구상화 다시 보기, 유명 외국 작가 작품에 대한 관심 증대 등이 이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단색·추상화가 전시회 잇달아
2015년부터 미술시장에 불어닥친 단색화와 추상화 열기는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화랑업계는 지난해 김환기의 작품값 상승세 영향으로 한국 단색화와 추상화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유명 작가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갤러리 현대는 일본 현대미술의 큰 흐름을 이뤘던 모노(物)파의 선구자 곽인식(1919~1988)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한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와 이우환의 개인전을 통해 다소 기세가 꺾인 단색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전략이다.
‘인사동 터줏대감’ 노화랑은 올 상반기에 박서보를 비롯해 하종현 김태호 김춘수 등 원로 추상화가들의 푸른 색채의 추상화만을 모은 기획전 ‘블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선화랑은 3월 국내 최초 여성 단색화가 이정지를 초대하고, PKM갤러리는 작고 작가 윤형근을 등판시켜 애호가들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랑스 페로탱갤러리 전속작가 이승조의 개인전을 열어 추상화 시장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구상미술과 해외 미술도 약진
그동안 단색화에 밀려 맥을 못 춘 근현대 구상미술도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술계는 최근 예쁜 구상화풍이 다시 주목받자 유명 작가 라인업 구축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학고재갤러리는 이달 22일부터 한국 채색화의 계보를 이어가는 중견화가 김선두의 개인전을 시작한다. 소설가 김훈의 《남한산성》 표지와 영화 ‘취화선’ 그림 대역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김씨의 신작을 걸어 현대적 한국화의 맥을 짚어낸다. 가나아트센터는 얼굴을 주제로 한국사와 정신을 화폭에 담은 권순철과 특유의 초현실적 이미지를 즐기는 유선태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이화익갤러리와 서울시립미술관은 자연을 보면서 사유와 성찰을 녹여낸 임동식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해외 작가들도 국내 무대에 잇달아 상륙한다. 미국 여성 미술가 제니 홀저는 국제갤러리에 ‘큰 판’을 벌여 현대 개념미술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 대만 작가 천제런, 사진작가 펜티 샤말라티 등도 애호가들의 눈을 호강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트페어에 미술품 3만 점 출품
미술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아트페어에는 3만 점 이상의 미술품이 쏟아져 나온다. 아시아호텔아트페어는 다음달 27일 부산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열린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이 행사에는 국내외 화랑 50여 곳이 참가해 호텔 객실에 미술품 3000여 점을 건다.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9월 서울 코엑스에서 미술품 5000여 점을 전시·판매한다. 국내 유일한 3차원 조각예술장터 ‘조형아트서울’, 직장인 컬렉터들을 겨냥한 아트페어 ‘김과장 전시장 가는 길’, 아트광주, 대구아트페어 등에도 국내외 유명 작가의 2만여 작품이 관람객을 반길 예정이다.
세계 각국의 첨단 현대미술부터 디지털 사진 작품까지 ‘뉴아트’로 무장한 비엔날레 행사도 화단을 물들인다. 한국 중국 일본 등 50여 개국 작가 160여 명이 불꽃 튀는 경연을 펼치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9월 4일부터 87일간 ‘떠오르는 마음, 마주하는 영혼’을 주제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열린다. 인간의 지성을 다양한 시각예술로 승화한 작품들이 즐길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와 부산비엔날레(부산현대미술관), 대구사진비엔날레(대구문화예술회관)도 9월에 일제히 개막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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