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내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우려가 커져서다. 코스피지수는 1% 가까이 떨어지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9원 상승 중이다.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드론 공습을 통해 폭사시켰다. 이란 정부는 이에 "가혹하게 보복하겠다"고 선언했다. 5일(현지시간)에는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합의에서 사실상 탈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인 주식과 원화보다 안전자산인 채권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당분간 주식·환율 '울상'…안전자산 '방긋'
이날 오전 9시56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9.62포인트(0.90%) 하락한 2156.8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0원 상승한 1167.1원을 기록 중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당분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주식은 고점 대비 5% 내외의 조정을 겪을 전망이다. 중동 이슈뿐만 아니라 이달 중순 기업들의 실적발표, 미중 2단계 무역협상 돌입 등이 예정돼 있어서다. 다만 주식을 매도하기보다는 업종을 바꿔 대응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문제로 증시가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주식을 팔기보다는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중형 성장주 가운데 미디어와 엔터,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정학적 위험으로 원·달러 환율도 오를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예상 등락범위는 1170~1180원 사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란 이슈는 북한 리스크도 자극할 수 있어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를 부추길 수 있다"며 "이는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안전자산인 채권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적인 교전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적 불안과 마찰의 장기화가 채권 강세를 이끌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3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직전 거래일보다 5.7bp(1bp=0.01%), 10년물은 8.3bp 내렸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떨어진 것은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미국·이란 전면전 가능성 낮아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드론이 격추됐을 때 이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기 직전 멈췄다. 같은 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을 이란이 공격했다고 봤지만 군사적 공격은 보류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한다"며 전면전보다는 국지갈등을 예상했다.
이란도 미국에 대해 전면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문제, 동맹국과의 관계가 엮여 있어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최근 미국의 경제 제재로 전면전에 나설만한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동맹국들이 미군을 공식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면전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이란의 대미 보복 시점, 보복 강도와 미국의 대응 수준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는 예단보다는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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