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관 간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탓에 애초부터 총선 전에 문제점 해소와 추가 이전 방안까지 내놓는 작업이 불가능했다는 게 국토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1차 이전’이 업무효율성 저하와 지역 간 유치 갈등을 낳아 더 면밀한 성과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이전 도시를 정하지 못하면, 이전 가능한 기관목록이라도 만들라고 연구원을 압박하고 있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중대 정책마저 총선 도구로 생각하는 저급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018년 9월 국회 연설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안을 불쑥 던졌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은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적 지지를 얻어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22개라고 했던 ‘2차 이전 대상’이 불과 1년여 만에 351개로 3배 가까이 급증한 것도 졸속 추진의 방증이다.
7년간 진행된 1차 이전 과정에서 이미 적잖은 부작용이 확인됐다. 전주로 내려간 국민연금은 인재 유출과 정보 격차로 고전 중이다. 세종시에 자리한 통상교섭본부도 외국 공관이나 외국계 기업과의 상시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혁신도시들의 변화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정치적으로 밀어붙인 탓에 직원이주율이 턱없이 낮다. 인구 유입을 기대하고 들어선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돼 지역 경제를 공동화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효율을 높이는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떡 하나 던져주는 식이라면 관건 선거요, 매표(買票) 정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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