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회사가 신한금융투자의 공격적인 위험인수를 경고하고 나섰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단기간 내 위험 인수 규모가 급증한 데다 우발채무 중 신용공여형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금투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위험액은 2조11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동안에만 2608억원이 늘었다. 2016년 말 5277억원이던 총위험액이 3년도 되지 않아 300% 이상 급증했다.
신한금투의 총위험액은 2017년 이전만 해도 3000억~5000억원대에 머물렀다. 2017년 이후 감독당국이 대형 증권회사의 기업금융업무를 촉진하면서 총위험액이 빠르게 증가했다. 금융지주 계열로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재무정책을 유지한 신한금투의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 폭이 컸던 탓이다.
대출채권과 우발채무도 가파르게 늘었다. 2016년 말 2조4000억원이었던 대출채권은 지난해 9월 말 3조1000억원으로 28.8% 뛰었다. 2016년 말 4157억원이었던 우발채무는 지난해 9월 말 3조5929억원으로 764.3% 불었다.
우발채무는 자기자본의 85.6%(지난해 9월 말 기준)로 업계 평균인 75.4%(지난해 6월 말 기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발채무 중 신한금투가 신용공여를 한 비중은 전체의 96.5%에 달한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기업대출과 우발채무 관련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신한금투는 공격적인 위험 인수로 2017년엔 순자본비율이 500%를 밑돌기도 했다. 2018년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과 지난해 7월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1200%를 웃돌게 됐다.
이와 관련 나이스신용평가는 "IB 부문 영업 강화 과정에서 기업대출과 우발채무가 늘어 총위험액 증가세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확충된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위험인수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안정적인 수익성 유지가 없으면 자본적정성 지표가 또 다시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한금투의 해외 대체투자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사업 다각화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신한금투가 판매한 독일과 브라질 등 해외 부동산 펀드 관련 파생결합증권(DLS)에서 만기 연장, 이자 지급 유예 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서다.
DLS 판매사인 신한금투에 직접적인 운용 손실 관련 영향은 없지만 상품 판매 절차 등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판단이다.
신한금투가 PBS를 제공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에서는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감독당국은 무역금융펀드의 모펀드 부실화에 대해 신한금투가 사전에 인지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채명석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현상황에서는 리스크요인을 제한적으로 보고 단기신용등급은 유지한다"며 "손실 발생 가능성, 평판 저하 가능성, 제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신한금투의 신용등급 결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나이스신용평가는 신한금투의 단기 신용등급으로 최고 수준인 A1을 부여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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