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산업계 "호르무즈 봉쇄되면 '재앙'"

입력 2020-01-06 17:42   수정 2020-01-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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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사이 전운이 감돌자 국내 산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 조선·해운, 항공 등 관련 업계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폭격해 이란 군부 거물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했다. 이후 양국 갈등이 고조되며 6일 금융시장과 국제유가 등에 불안감이 반영됐다.

국제유가는 폭격이 이뤄진 2일(현지시간) 이후 지속 상승세다. 이날 오전 기준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30달러(0.82) 오른 63.86달러를 기록했다. 3월물 브렌트유도 1.65달러(1.13%) 오른 69.73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인 두바이유도 3일 기준 전날보다 배럴당 2.1달러 오른 67.69달러를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수입 원유 비중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8.2%로 가장 많고, 쿠웨이트 14.1%, 미국 12.7%, 이라크 10.9%, 아랍에미리트(UAE) 7.8% 순이다.

이란은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그간 이란이 미국 위협 카드로 애용한 호르무즈해협 무력봉쇄가 현실화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 우호국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 두 가지다.

세계 수요 30%에 달하는 중동산 원유 대부분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세계 각지로 운송된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호르무즈해협은 걸프만이 가장 좁아지는 구역인데다, 이란의 영해에 해당하기에 언제든 봉쇄가 이뤄질 수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적 재앙"이라며 "국제유가 등락을 넘어 수급 자체가 좌우되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삼는 석유화학업계, 원유·가스를 옮기는 유조선과 가스선을 수주하는 조선·해운업계, 유류비 지출이 큰 항공업계 모두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산업계 위기감이 높아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정유업계 관계자를 모아 대책회의를 열고 기존 비상대응 체계에 따라 △비축유 방출 △석유 수요 절감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정부의 비축유는 9650만 배럴, 민간 비축유와 재고를 합하면 2억 배럴이 있다.

산업부는 "이번 사태로 공급에 직접적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미국·이란 사태를 논의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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