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이 투입되는 서울 을지로 일대 지하도시 조성 사업이 첫 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서울시가 사업 추진을 위해 편성한 예산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타당성조사를 건너뛰고 추진돼서다.
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가 올해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던 을지로 입체보행공간 조성 사업비 66억원이 지난달 16일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대규모 사업에 앞서 타당성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의회는 대신 사전타당성조사용역비 2억5000만원을 반영했다.
을지로 입체보행공간 조성사업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이른바 ‘지하도시 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시청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2.5km 구간을 지하보행통로로 연결하고 지하광장과 갤러리 등 시민 편의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린 상태다. 이를 위해 총 사업비 950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379억원을 들여 지하보행통로 환경개선을 마친 뒤 570억원을 투입해 지하광장도 조성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의 로우라인파크나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시티를 본땄다.
하지만 현행 ‘지방재정법’은 지방자치단체가 500억원 이상의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의 타당성조사를 받은 뒤 투자심사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하도시 사업을 추진하려면 중앙투자심사의 사전 절차인 LIMAC에 사업타당성조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조사에서 부적격으로 판정될 경우 사업 추진은 무산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같은 절차를 지적한 이성배 서울시의원은 “총 사업비 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 면밀한 조사 없이 진행돼 절차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각 사업의 연계성을 고려하면 별도의 사업으로 구분해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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