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현직 국회의장 아니어서 총리로 가도 괜찮다"

입력 2020-01-07 17:29   수정 2020-01-08 01:27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인사청문회에서 “현직이 아닌, 전직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로 가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8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입법부 수장이 서열이 낮은 국무총리를 가는 건 옳지 않다”고 한 것과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또 공무원 사회 변화를 위해 기계적 순환 보직 시스템을 고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규제 완화에 대해선 불법을 빼곤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행정부 견제 포기” VS “법상 문제 없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첫날 삼권분립 훼손 문제와 경제 문제, 인사 등 정부 운영 계획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청문회에서 공방이 가장 뜨거웠던 건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았던 정 후보자의 삼권분립 위반 논란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입법부의 수장이자 대통령에 이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행정부로 이동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임 국회의장이 행정부로 이동하는 건 집권 여당이 행정부 견제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삼권분립은 기능과 역할의 분리일 뿐 인적 분리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헌법과 국회법도 국회의원의 총리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전 서열 문제에 대해선 “외교부 의전편람에 나온 것으로 현직에 한해 적용되는 것”이라며 “현직 의장이 총리로 가면 삼권분립의 파괴지만 나는 현재 의원 신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부 구성원(국회의원)으로선 불편할 수 있고,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당에선 정 후보자가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난 작년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무총리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원들이 쉽사리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40년간 축의금 얼마나 냈는데…”

정 후보자의 재산 증식 의혹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2014년엔 정 후보자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는데 전체 자산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소득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2014년, 2015년에는 두 자녀 결혼식으로 축의금 총 3억원이 들어왔다”고 해명했다. 성 의원이 “사회 통념을 뛰어넘는 축의금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하자 정 의원은 “상례에 벗어난 엄청난 축의금을 받은 게 아니라서 (납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마땅히 냈어야 하는데 내지 않았다면 법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40년간 (축의금을) 얼마나 많이 냈겠느냐”며 “품앗이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자녀 유학비와 관련해선 “딸이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조달했다”며 “아들도 스스로 번 돈으로 경영학석사(MBA)를 하러 간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자의 장남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했다. 정 후보자 딸은 미국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정 후보자는 취임 후 ‘협치 내각’ 구성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국회선진화법 아래에서는 협치하지 않고는 국정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치 내각 구상을 대통령에게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고 했다.

공공기관 등 낙하산 인사 문제는 현황을 파악한 뒤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 전달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국무총리가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못할 것”이라며 “가감 없이, 직언을 서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법에서 정한 것만 제외하고 허용해주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 실종되고 있는 기업가 정신을 다시 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료 제출 여부 등을 두고 여야는 청문회 막바지까지 공방을 벌었다. 정 후보자 인준은 한국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4+1 협의체’에서 이탈표가 나올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무기명 투표이긴 하지만 ‘4+1 협의체’ 공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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