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쿡은 한국 최초의 공유주방 서비스 업체다. ‘BEYOND THE KITCHEN(주방, 그 이상을 공유하다)’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운영사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김기웅 대표(사진)는 “외식·식품업계(F&B) 창업자에게 공간으로서의 주방뿐 아니라 배송, 브랜딩, 마케팅 등 스케일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제공하는 ‘F&B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시설공유에 스케일업 지원까지
증권회사에서 일하던 김 대표는 도시락 업체를 창업하며 식음료업계에 뛰어들었다.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영업이익이 안 나왔다. 임차료, 인건비, 식자재비 등 초기투자와 고정비용의 벽이 상당했다. 비용 부담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던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가 공유주방이다. 식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설비를 함께 이용하면 고정비를 낮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법인을 설립한 2015년만 해도 공유주방을 이해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았다. ‘외식 창업=자기 주방’이란 고정관념이 강했기 때문이다. 서울창업허브(SBA)에서 시드투자를 받은 2016년부터 세간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식품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이다.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리던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은 규제였다. 식품사업자로 영업신고를 하려면 독자적인 주방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김 대표는 일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의 문을 두드렸다. 가까스로 지난해 7월 실증특례(2년간 규제 유예)를 받으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총 511개 팀이 위쿡을 기반으로 F&B사업에 진출했다. 규제 샌드박스 통과 이후 1월 현재까지 48개 팀이 추가로 창업에 나섰다.
위쿡을 푸드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터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당 이용료를 내고 주방과 식기, 식자재 창고, 배송 서비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조언이 필요하면 사내 푸드 스타일리스트, 인테리어 전문가 등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사무공간은 물론 제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도 제공한다.
김 대표는 “F&B산업을 보호해야 할 소상공인 자영업이 아니라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스타트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은 기존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 레드오션에서 나옵니다. 진입비용을 낮춰 F&B 사업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이들이 유니콘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제 목표예요.”
서울에서 공유주방 격전 예정
올해는 공유주방 업계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를 설립한 트래비스 캘러닉이 서울에 ‘클라우드 키친’ 매장을 열고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 배달의민족 출신이 만든 ‘고스트키친’을 비롯해 나누다키친, 개러지키친 등 토종업체의 도전도 거세다.
김 대표는 서울이 공유주방의 격전지로 떠오른 데 대해 “인구 밀집도가 높고 정보기술(IT) 인프라, 세계 수준의 모바일 서비스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위쿡은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술 투자에 힘쓰고 있다. 인력투입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키친’ 개발을 위해 여러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다. 판매, 고객관리 등 백오피스 작업을 지원하는 자체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다. 직원 120명 가운데 10%가량이 기술담당 개발자다.
올해 위쿡 입점 브랜드의 위생관리를 위한 자체 위생 기준도 내놓을 예정이다. 온라인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소비자에게 설비, 제조과정의 위생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에스닉푸드(이국적인 메뉴)가 잘 팔리는 시장을 겨냥한 한식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