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일 첫 상견례를 가졌다. 이번 상견례는 추 장관 취임 인사 차원이지만 중폭 이상의 검찰 인사가 예고돼 있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법무부 측은 상견례 직후 '금일 면담은 법무부장관 취임에 따른 검찰총장의 통상적 예방이었고, 새해인사를 비롯해 덕담 및 환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인사 관련 대화는 없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약 35분 간 만났다.
그런데 법무부는 검찰 고위급 간부들의 인사를 논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오늘(8일) 오전 전격 소집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오늘 오후에 검찰 고위급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어제 회동에서 양측이 어떤 식으로든 인사와 관련한 의견 교환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추 장관을 만난 후 윤 총장이 미소를 머금고 나온 것도 의미심장하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 표정에 주목해 당초 예상됐던 대규모 인사 대신 소폭 인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을 내놓는 인사들도 있다. 집권 세력을 향한 수사를 하는 와중에 노골적인 수사팀 교체는 역풍만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여권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핵심 보직을 놓고 추미애 장관과 청와대 간에 갈등이 생겼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취임 후 윤 총장 측근들과 청와대 관련 수사팀의 핵심 인사들을 좌천시키는 방식으로 검찰을 견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여당 대표까지 지낸 '힘센 장관'을 임명한 것은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사장들을 갈아엎는 수준의 파격적인 인사안을 마련했는데 일부 내용을 놓고 추 장관이 난색을 표했다는 소문이다.
추 장관이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팀을 어느 정도 흔드는 인사에는 동의했지만, 인사의 폭과 내용을 두고 청와대와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추미애 장관을 임명한 다음날인 지난 3일 법무부에 검찰 인사 발표를 요청했지만 추 장관이 거부해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청와대 측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은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현재 검찰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만든 검찰 인사안을 추 장관이 모두 받으면 직권남용 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미 "친문 3대 게이트와 조국 가족을 수사한 검찰 수사팀을 해체하는 인사를 할 경우 명백한 수사방해이고 직권남용임을 경고한다"며 고발을 예고했다.
추 장관이 직권남용 등의 처벌은 피한다고 하더라도 청와대 측 요구대로 검찰 인사를 하면 수사 방해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정치인인 추 장관에게 향후 큰 오점이 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독박'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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