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K] '9·11 화마' 막아준 K섬유…나이키와 '25년 신뢰'

입력 2020-01-09 08:59   수정 2020-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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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샌디에이고 국제공항. 칠흙같은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활주로. 비행기 착륙을 안내하는 작은 불빛들만이 아스팔트에 일렁인다. 어둠 사이로 형광색 조끼가 확 눈에 띈다. 칼하트가 수주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유니폼이다. 해당 제품을 만든 건 한국의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국동이다.

변상기 국동 대표이사는 "칼하트는 불이 붙지 않는 옷인 FR(Flame Resistant) 안전복으로 유명하다"며 "과거 9·11 테러가 터졌을 때 우리가 칼하트에 납품한 제품을 뉴욕 경찰(NYPD)가 착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워크웨어(작업복)과 스포츠의류를 생산하는 국동은 칼하트 나이키 파나틱스 MLB 등 스포츠 팀 웨어 기업 파나틱스(Fanatics), 노스페이스 등을 둔 VF코퍼레이션, 디키즈 게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변 대표는 "우리의 주종목은 워크웨어와 스포츠웨어"라고 강조했다. 재해 발생 시 수주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7년 10월 칼하트의 주문량은 전월 대비 433% 폭증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복구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주문량이 더 늘어났다.

대부분의 고객사가 해외에 있는 만큼, 해외 매출 비중이 큰 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89%에 달한다.

해외 고객사의 납기일에 맞추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멕시코에 자체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의 푸에블라에 있는 멕스모드(자체) 및 협력 공장은 지난해 3분기에만 8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칼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한다.



◆ 워크웨어·스포츠웨어로 틈새시장 강자

이처럼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이유는 기술력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변상기 대표는 "워크웨어는 사람이 모두 손으로 일일이 제작해야 하는 만큼, 기술력이 받쳐주지 못해 수주를 못하는 OEM 업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멕스모드 공장에선 니트원단에 DWR(durable water resistance)와 같은 방수코팅을 처리하거나 물이 스며들지 않게 처리한 니트웨어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기술력을 확보한 덕분에 중국 수출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워크웨어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제품이다.

그는 "중국 경제가 주춤해지면서 기존 중국의 수출 업체들이 덤핑일 정도로 가격을 낮추고 있고, 중남미 봉제도 늘면서 동남아시아 봉제업은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우리는 나이키와 파나틱스와 같이 까다로운 품질관리를 중시하는 고객사들을 위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저가 업체와 경쟁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30년 전 해외로, 인도네시아 공장설립

국동은 1989년 인도네시아 버카시에 공장을 설립했다. 30년 전이다. 2002년엔 스마랑 지역에, 2015년엔 바땅 지역에 추가로 공장을 세웠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선 파나틱스 나이키 H&M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변 대표는 "1989년 당시 우리나라는 유럽 수출 물량에 제한이 있었지만, 인도네시아는 따로 제약이 없어 진출했다"며 "진출 초기 네덜란드 브랜드 헤마(HEMA)와 스페인 백화점 등 유럽 위주의 바이어들의 주문부터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기존의 미국·유럽 바이어들의 신뢰가 두터웠던 덕분이다. 그는 "당시만 하더라도 대만이 유일한 섬유수출국이었는데, 한국 기업은 납기를 잘 지키고 기술력도 좋아서 두각을 드러냈다"며 "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아도 별다른 섬유 수출을 하지 못하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 멕시코서 미국 시장에 납품 단 5일

미국 쪽 물량을 담당하기 위해 멕시코에도 1999년 공장을 설립했다. 같은 해 미국 현지 법인 국동어패럴도 세웠다. 특히, 멕시코 공장은 버티컬 시스템(Vertical System)을 적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버티컬 공장은 원사 구매 단계에서부터 원단 생산, 데코레이션(Decoration), 의류 봉제까지 전체 과정이 한 공장에서 다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버티컬 시스템 통해 다른 OEM 업체보다 고객 요청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변 대표는 "멕시코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5일 만에 납품이 가능하다"며 "멕시코는 빠른 납기와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인건비가 인도네시아보다 비싸지만 경쟁력을 갖춘 입지"라고 설명했다.

또 국동은 아마존 등 온라인에서 의류를 소비하는 변화에도 대응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비중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업체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납기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며 "특정 바이어와 재고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보다 더 단축된 납기를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기술력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고객사로 추가된 반스와는 기능성 원단을 개발했다. 인터뷰 중 변 대표는 직접 기능성 원단이 적용된 의류를 가져와 해당 기술을 설명했다. 그가 회색 맨투맨 티셔츠에 물을 뿌리자 물이 묻은 면에 그물 모양이 나타났다.

변 대표는 "착용자가 땀을 흘리면 그물 모양 패턴이 나타나고 이전과는 더 빠르게 땀을 마르게 해, 쾌적한 착용감을 선사한다"며 "이처럼 땀이 빠르게 마르도록 하는 흡습속건 기능을 새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력을 기반으로 스포츠웨어도 확대하고 있다. 그는 "국동 공장들은 겨울에도 연중 반팔만 만들고 있다"며 "과거 타이거우즈 골프 콜렉션도 국동이 담당해 100만장을 만들기도 했고, 노스페이스 중 팀버랜드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 나이키와 오랜 계약 '25년 신뢰'

특히, 국동은 나이키와 오랜 인연을 자랑하고 있다. 변 대표는 "나이키와 오랜 기간 일해왔다는 건 올림픽으로 따지면 은메달 정도를 딴 셈"이라며 "나이키는 OEM 업체 공장을 줄이면 줄였지, 늘리지는 않는 만큼 국동처럼 25년처럼 계약관계를 유지해온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나이키는 품질 가격 납기 외에도 생산 국가의 근로기준법을 준수를 비롯한 컴플라이언스(규정)을 꼼꼼하게 따진다.

그는 "다른 바이어들에겐 '품질·납기'를 맞추는 기업으로 통하는 만큼, 가격이 다른 곳보단 높아도 신뢰가 형성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 대표는 국동의 전략을 '맥도날드'라고 압축했다.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고객들이 찾아오게끔 한다는 점에서다.

이를 통해 최근 신규 바이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는 "NFL NBA 등을 전개하는 파나틱스도 2~3년 전 우리와 계약을 맺었다"며 "과거 나이키를 담당했던 바이어들이 많아서 자동적으로 우리를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엔 바이어들의 물량도 확대돼 추가 공장 설립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바땅 공장엔 봉제 40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하고 있다. 완공 예정은 올해 8월께다. 변 대표는 "봉제공장만 2만5000평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다른 인도네시아 상황을 반영, 새로 생기는 공장은 자카르타와 비교하면 인건비가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반스도 고객사로 추가됐다. 기존의 바이어들과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통해 바이어들이 찾아오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매년 성장세를 30~40% 정도로 잡고 있다"며 "이를 위해 시설 및 기술개발을 진행, 나이키에 있던 바이어들이 다른 브랜드에 가더라도 국동을 계속 찾아오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대표는 "멕시코는 지난해 설립 이래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며 "바이어가 늘기 보단 물량 자체가 확대된 것으로, 앞으로는 매출처를 더 다변화하고 생산능력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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