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두리틀은 미국작가 휴 로프팅이 1920년부터 대영제국 빅토리아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쓴 아동소설 시리즈 ‘스토리 오브 닥터 두리틀’의 주인공이다.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얻은 두리틀은 인간보다 동물을 고치는 데 열중하는 의사다.
로프팅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1967년 렉스 해리슨을 내세운 ‘닥터 두리틀’이 첫선을 보였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에디 머피가 주연한 영화 네 편이 잇달아 개봉하기도 했다.
지난 8일 개봉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닥터 두리틀’은 1967년 버전을 리메이크한 가족 영화다. 고전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시골소녀 오드리 헵번에게 상류층 예법을 가르치는 히긴스 교수로 등장했던 해리슨의 두리틀이 선생님 같은 이미지였다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해낸 두리틀은 유머와 장난기 넘치는 친구 같다. 무엇보다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으로 각인된 그가 동물들을 사랑하는 의사로 변신했다는 점에서 뭇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듯싶다.
극 중 두리틀은 아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대문을 걸어 잠그고 사람과의 교류를 단절한 채 동물들과 지낸다. 어느 날 여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두리틀은 여왕을 구할 수 있는 열매를 찾아 동물 친구들, 그의 조수를 자처하는 스터빈스(해리 콜레트 분)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이 여정에서 빛나는 대목은 동물들이 영리하고 충성스러운 친구라는 점이다. 두리틀은 동물 친구들이 전해오는 온갖 정보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고 음모를 해결한다.
동물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소심한 고릴라가 자기성찰을 한 뒤 위기의 순간에 용기를 발휘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사람과 동물이 친구와 가족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동물보호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동물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장면마다 볼거리를 가득 담아내 어른들의 눈요깃거리도 제공한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펼쳐낸 동물들과 화려한 세상이 진짜처럼 선명하다.
동물들을 연기한 더빙 라인업도 화려하다. 소심한 고릴라 치치는 라미 말렉, 냄새로 모든 것을 알아내는 개 지프는 톰 홀랜드, 영리한 앵무새 폴리는 에마 톰슨, 여우 투투는 마리옹 코티야르가 연기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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