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는 데 3년?…'적시적소' 힘 쓰고 힘 뺄 줄 알아야 골프高手"

입력 2020-01-09 17:40   수정 2020-01-10 00:22


‘골프 힘 빼는데 3년’. 맞는 말일까요.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 얘기라면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3년 안에 진짜 빠진다면 정말 다행이겠다는 게 솔직한 얘기일 겁니다. 3년은 고사하고 10년 넘게, 아니 평생 힘을 못 빼 ‘진짜 손맛’을 못 보는 분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죠. 팔로 자꾸만 공을 때리려 해서입니다.

어깨에 들어간 힘이 주범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골프계를 주름잡는 세계 최고 스윙 달인들은 몸 전체의 힘을 많이 쓰는 ‘파워 골퍼’들입니다. 그렇게 쓰고도 일관성과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참 대단하죠. 이들의 공통점은 다른 곳은 몰라도 어깨에는 모두 힘이 빠져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 상당수는 거꾸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목 주변 승모근이 바짝 일어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있는 힘껏 팔과 손으로 공을 때릴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자세죠.

힘은 골프 스윙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필요한 곳에, 필요할 때 쓸 줄 아는 ‘적시적소(適時適所)’ 힘쓰기가 정말로 중요합니다. 이걸 거꾸로 한다는 게 많은 아마추어 골퍼의 문제고요. 그렇다면 언제, 어디에 얼마큼의 힘이 필요할까요.

어깨와 팔은 힘을 최대한 빼는 것이 유리합니다. 손과 손가락 등 다른 부위에까지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게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외의 부분은 약간씩 달라집니다.

우선 허리와 배꼽 주변 근육(코어)입니다. 많은 힘을 낼수록 유리합니다. 힘을 ‘주는’ 게 아니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어서 평소에 단련해 둬야 합니다. 어드레스 때는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진 만큼 척추각을 유지할 최소한의 힘이 필요합니다. 스윙과 회전운동 때는 클럽 헤드가 몸을 끌어당기는 원심력을 버텨내기 위한 최대한의 힘이 필요합니다.

힘을 빼야 할 곳으로 자주 지목되는 손목, 손가락, 발목, 발가락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드레스 때는 클럽을 지면에서 살짝 뗀 상태로(그립 잡은 손목 각도를 유지한 채) 헤드 무게를 감당할 최소한의 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임팩트 전후에는 최대한의 힘이 필요합니다. 특히 발목과 발가락은 스웨이를 막아주고 땅을 강하게 박차주는 지면 반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강해야 하죠.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이 부위의 힘을 단련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비거리 줄이는 나쁜 힘

사실 힘 주는 것보다 힘 빼는 걸 많은 분이 더 어려워합니다. 불필요한 힘을 좀 더 쉽게 빼는 연습법으로 저는 ‘고릴라 자세’를 우선 권합니다. 어드레스 자세, 즉 척추각이 바로잡힌 상태를 유지하는 힘만 제외하고 어깨를 아래로 축 내려뜨리는 겁니다. 손끝으로 힘을 탈탈 털어내듯 말이죠. 상체의 힘이 팔을 거쳐 손으로, 그리고 하체를 거쳐 발바닥으로 모두 내려가 착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 들수록 잘된 힘 빼기입니다.

맨손으로 해도 좋지만 짐볼이나 물병 등 살짝 무거운 도구를 활용하면 팔이 잘 늘어져 효과가 좋습니다. 그다음엔 ‘바이킹 동작’입니다. 짐볼이나 물병을 든 팔을 ‘하프스윙’하듯 좌우로 흔드는 겁니다. 중력에 의해 내려오고, 가속력과 무게, 관성으로 올라가는 동작이죠.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이 동작이 리드미컬하게 잘되면 다음 단계로 클럽을 잡고 합니다. 이때 손끝으로 헤드 무게(물병·짐볼의 무게)를 느껴보는 게 정말 필요합니다.

중력, 원심력 같은 자연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불필요한 힘은 더 줄어듭니다. 체조선수들이 새처럼 가볍게 공중제비를 돌거나 해머던지기 선수들이 육중한 해머를 멀리 던져내는 것처럼 말이죠. 힘쓸 곳, 힘 뺄 곳을 안다면 힘쓰는 게 오히려 스윙과 비거리에 방해가 되는 불행은 막을 수 있습니다. 기술 이전에 원리가 먼저입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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