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합작법인 설립으로 고객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를 향해 가는 과정에 LG화학을 파트너로 맞이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습니다.”(메리 배라 GM 회장)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미시간주의 GM글로벌테크센터에서 한 시간가량 미국 유력 언론사들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미국 1위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한국의 1위 배터리 회사인 LG화학을 파트너로 맞기로 공식 발표하는 자리였다. 인터뷰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메리 배라 GM 회장이 함께 나왔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공식 석상에서 특정 부품 업체를 극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지역에 짓기로 했다. 합작법인 지분율은 50 대 50이다. 각각 1조원을 투자한다. 이후 7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3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GM에 공급한다. 전기차 기준으로 최소 40만 대 규모다.
LG화학을 선택한 건 미국의 GM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중국 1위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도 LG화학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는 내년 말까지 중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 10GWh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세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2022년부터 지리자동차 투자회사인 볼보(Volvo)가 만드는 전기차에 탑재된다.
LG화학이 중국에 이어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은 일곱 곳으로 늘어난다. 각 대륙의 생산 공장이 몰려 있는 지역 인근에 배터리 공장을 지으면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 차량에 탑재된다. 예컨대 현대·기아자동차(한국 공장)를 비롯해 지리차(중국 공장) GM·포드·크라이슬러(미국 공장) 폭스바겐·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르노·볼보·재규어(폴란드 공장) 등이다. 글로벌 상위 20개 자동차 회사 중 13개 회사에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중국 및 미국 1위 자동차 업체들과 손잡으면서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덩치도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는 지난해 70GWh에서 올해 100GWh, 2023년엔 200GWh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부문 매출도 지난해 9조원에서 5년 뒤인 2024년엔 30조원으로 현재보다 세 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의 현재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만 150조원에 달한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서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중국 비야디(BYD)를 제치며 4위에서 한 단계 상승했다. 이번 GM과의 합작을 계기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이 GM, 지리자동차와 손잡으면서 배터리 사업에 날개를 단 모양새다.
LG화학에 대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러브콜은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향후 급격히 커질 전기차 시장에서 양사는 안정적인 전기차용 배터리의 공급처와 수요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생산이 올해 200만 대를 넘어 2030년에는 전체 자동차 중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급격히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LG화학은 GM이 2009년 출시한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Volt)의 배터리를 독자 공급하는 등 지금까지 270만 대 이상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품질과 안정성을 입증받았다. 그 배경엔 매년 매출의 3~4%인 1조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노력이 있었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5년간 배터리 부문 R&D 투자만 1조3000억원으로, 국내 화학기업 중 규모와 매출 대비 비중이 가장 높다”며 “2차전지 분야에서만 1만700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외에도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기존 사업 부문도 함께 키우며 ‘글로벌 톱5’ 화학회사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 부회장은 “강한 회사를 더 강하게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며 “2024년까지 LG화학 매출을 59조원으로 키워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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