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 달라고 해도, 대답없는 르노…게릴라 파업에 '휘청'

입력 2020-01-09 10:17   수정 2020-01-09 10:18


르노삼성자동차가 내달 출시 예정인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 시험생산을 시작한 가운데 유럽 수출물량 유치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신차 XM3 시험생산을 시작하고 국내 출시 일정을 내달께로 조율하고 있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XM3는 르노삼성의 부진을 해소할 열쇠로 기대를 모은 차량이다. 내수 점유율 확대는 물론, 연 9만대 규모 유럽 수출 물량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당초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까지 르노그룹으로부터 XM3 수출 물량(현지명 : 아르카나)을 확정받는다는 계획이었다.

해가 바뀌고 XM3 시험생산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수주 소식은 없다. 되레 르노삼성의 XM3 수주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햇수로 3년째 파업을 지속하는 노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영진과 임단협 교섭을 벌이던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8일 야간조에 4시간 부분파업 지침을 내리며 기습 파업을 단행했다. 노사는 이날도 교섭을 이어간다. 노조가 사측과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파업에 나서는 관례에서 크게 벗어난 행태를 보인 셈이다.

올해 들어 르노삼성 노조는 파업방식을 바꿨다. 집행부의 강경 투쟁 일변 노선에 질린 노조원들이 파업 동참을 거부하는 탓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018년부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2018년 임단협에서 10월부터 8개월간 파업을 반복했고 6개월이 채 안되어 다시 파업을 시작한 것. 파업이 장기화되며 노조원들의 이탈도 반복됐다. 2018년 임단협 파업 끝물인 지난해 6월 들어서는 노조원의 60%가 파업에 불참했고 지난해 12월 역시 파업 참가율이 30%까지 떨어졌다.



노조원들의 이탈이 심화되자 집행부는 게릴라 파업에 나섰다. 출근길에 문자로 파업 지침을 내리거나 특정 공정 근무자를 지목해 지명파업을 하는 식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단일 라인인 특성 탓에 대다수 근무자가 정상 출근하더라도 특정 공정을 세우면 전체 생산이 멈춰선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 동력이 떨어지니 파업을 노조 집행부 영향력이 큰 도장 등 일부 공정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속되는 노조 파업은 르노삼성 노사 공멸을 가속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내수 물량을 배정받아 생산설비를 가동한 르노삼성은 유럽향 XM3를 수주하면 곧바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그간 르노삼성 생산량의 절반을 지탱해온 닛산 캐시카이 수출물량도 지난해로 끊겼기에 르노삼성은 유럽향 XM3를 전량 수주해 생산절벽을 막는다는 계획이었다.

절실한 르노삼성과 달리 르노그룹의 시선은 싸늘하다. 생산 차질을 수년째 반복하는 르노삼성을 지난해 관리 사업장으로 지정했다. 믿을 수 없는 사업장이니 유럽향 XM3 생산을 맡길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겼다. 올해도 파업이 반복되며 르노그룹의 '박한 평가'가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르노삼성을 대신할 후보지로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지속해 거론된다. 생산설비를 갖춰야 하기에 비용과 시간은 필요하지만, 파업 걱정없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프랑스 공장에 맞먹는 르노삼성 부산공장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유럽에 위치했기에 운송비도 적게 든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르노그룹에서는 유럽향 XM3 물량을 전량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하는 안과 르노삼성 부산공장과 함께 이원화로 생산하는 방안, 르노삼성에 전량 배정해 생산절벽을 막아주는 방안을 놓고 숙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한 르노삼성의 생산 효율화와 노사 협력을 통한 생산 안정성 확보를 바랬지만, 두 가지 모두 이루지 못했다"며 "올해도 파업이 반복된 만큼 르노삼성이 유럽향 XM3를 전량 수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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