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균·바이러스 막아준 면역계, 왜 내 몸도 공격할까

입력 2020-01-09 18:04   수정 2020-01-10 00:32

59가지 원소의 조합으로 이뤄진 인간의 몸. 피부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몸을 지켜주고, 뇌는 세계를 인식하게 해준다. 시각과 청각, 후각 등 오감은 인식의 영역을 풍요롭게 해준다. 우리는 평생 하나뿐인 몸으로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몸에 대해 구석구석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탐험했던 미국 논픽션 작가 빌 브라이슨은 신간 《바디》에선 우리의 몸 안 곳곳을 여행한다. 피부와 뇌, 머리, 입과 목, 허파, 소화기관, 신경 조직 등 신체의 거의 모든 기관을 두루 살피며 특유의 유머와 재치 있는 표현을 곁들여 상세하게 설명한다. 몸을 구성하는 59가지 원소부터 인간의 몸과 공존하는 미생물,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구해주지만 때로는 인간의 몸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는 면역계, 하루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 질병처럼 몸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까지 몸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두 23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질병을 다룬 20장부터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집단 발병 사례부터 인간이 박멸한 천연두, 매년 인간을 괴롭히는 감기와 독감 등 여러 질병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21장에는 ‘암’이 등장한다. 저자는 “20세기 초만 해도 암은 인간의 걱정거리가 아니었다”며 “인류가 암으로 고민하게 된 것은 도리어 의학 발전으로 인해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생긴 결과”라고 말한다.

저자가 “찬사를 받아야 마땅한 위대한 인물”로 꼽은 앨버트 샤츠 이야기로 시작되는 22장도 흥미롭다. 샤츠는 스트렙토마이신이라는 항생제를 발견해 인류가 수많은 감염을 물리치게 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그렇게 구축된 현대 보건 의료가 무조건 완벽한 치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냉엄하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몸을 잘 사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알아야 할 사실들도 파헤친다. 그는 “피부색은 우리 본질과 관계없는 자연환경에 따른 적응의 결과”라며 “수렵 채집인으로 진화한 인류가 오늘날의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면서 새롭게 비만이 만연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면역계에 대한 설명에서는 “현대인에게 자가면역 질환이나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지만, 의학은 아직 그 원인이나 치료법에 대해 아무것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저자는 “아플 때를 제외하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몸이라는 놀라운 세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꼭 알아야 할 사실들을 썼다”며 “우리가 한평생을 함께 보내는 몸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차례”라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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