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포비아' 2년…침대업계 최대 화두는 '안전'

입력 2020-01-09 17:21   수정 2020-01-10 00:56


2018년 5월 시작된 이른바 ‘라돈침대 사태’는 침대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지정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로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졌다.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처음으로 검출된 대진침대는 결국 문을 닫았다. 반면 라돈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에이스침대의 매출은 사태 발생 이후 분기마다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업체 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 3일 검찰에서 ‘라돈 침대’를 제작·판매한 대진침대 대표 등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시장과 소비자 사이에 의혹은 걷히지 않았다. 침대 업계도 저마다 ‘라돈-프리’를 핵심 마케팅 키워드로 내세우는 이유다.

라돈으로 울고 웃은 침대업계

라돈 사태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업체는 에이스침대다. 웅진코웨이 등 매트리스 렌털업체 가세와 중저가 경쟁자들의 출현 등 악재는 ‘라돈사태’란 더 큰 악재에 덮였다. 에이스침대는 2018년 5월 라돈 사태가 발생한 이후 매출이 수직상승했다. 가구업계가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동안 에이스침대의 2018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역시 사상 최대(1880억원)를 기록했다. 침대업계에 ‘라돈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자 소비자들이 업계 1위인 에이스침대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또 2016~2017년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대규모 체험매장을 여는 등 소비자 접점을 늘린 것도 주효했다. 에이스침대 측은 “올해도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라돈 검출로 인해 대진침대는 업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지난해 공장도 폐쇄했다. 침대에서 시작된 라돈 이슈는 침구류와 온수매트 아파트 등 다른 상품으로 퍼졌다. 까사미아 에넥스 코스트코 대현하이텍 등 11개 업체 제품에서 라돈이 검출됐고, 이들은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끝나지 않은 ‘라돈 포비아’

라돈 사태가 발생한 지 1년8개월여가 지났지만 ‘라돈 포비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브랜드 제품, 품질이 증명된 제품을 써야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남겼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중저가보다는 ‘하이브리드 테크’ ‘로얄 에이스’ 등 고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찰에서 대진침대 대표 등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소비자들의 ‘라돈 포비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돈 침대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은 있지만 법적 처벌을 받는 이들은 없는 셈”이라며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침대업계에선 ‘라돈-프리’가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부상했다. 지난해 표준협회는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와 협업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라돈안전평가모델을 개발했다. 라돈 검출량을 측정할 뿐 아니라 제품 안전 관리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평가 모델이 나오자마자 에이스침대와 씰리침대, 시몬스침대가 인증을 받았다. 표준협회 측은 “이미 인증받은 침대회사 외에도 가구회사 등 4개 업체가 라돈안전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매트리스 업체 역시 저마다 표준치보다 훨씬 낮은 라돈 검출량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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