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놀이공원의 한 놀이기구 입구. 한 남성이 10분 넘게 신명나는 랩과 흥겨운 춤사위를 벌인다.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유명한 ‘유튜브 스타’ 윤주현 씨(26·사진)다. 그가 놀이기구 대기줄을 관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찾아본 유튜브 콘텐츠(뮤직비디오 제외)’ 2위에 올랐다.
알바로 광고·드라마까지 출연
윤씨는 본명보다 ‘윤쭈꾸’라는 유튜브 채널명으로 더 유명하다. 2017년 에버랜드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윤씨는 한 수상 놀이기구의 대기줄을 돌보는 일을 지난해 8월까지 해왔다. 대기시간이 1~2시간에 달하는 놀이기구 앞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띄운다. 랩과 춤으로 놀이기구 이용을 안내하는 영상은 지난해 8월 유튜브에 올라와 이달 8일 기준 조회수 1460만여 회를 기록했다. 이런 반응 덕에 윤씨는 웹드라마에 출연하고,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의 광고까지 찍었다.
윤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예능 프로그램 MC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대학에선 MC 관련 수업을 듣기 위해 연기를 전공했다. 행사 진행 업무는 물론 택배 물류센터, 고깃집, 횟집, 빵집, 국밥집, 편의점 등에서 알바를 하며 손님을 즐겁게 해줄 방법을 찾았다. 과일 장사를 할 땐 이른 새벽마다 도매시장의 경매 현장에 가서 값을 높여 받으려는 상인들의 손짓과 말투까지 배웠다.
에버랜드에서도 윤씨의 열정은 발휘됐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놀이기구를 소개하는 랩을 작사해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지난해 개설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8만 명을 넘었다. 윤씨는 “고깃집 알바를 할 때 손님이 불편해하면 내 재량으로 음료 서비스를 줬다”며 “어디든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했다.
“새 도전 위해 버티는 힘 키워야”
윤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서울랜드로 출근하고 있다. 저녁까진 공원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공원 직원의 일상과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며 ‘투잡’을 뛴다. 그는 “1990년대생은 학교에서 ‘앞으로는 직업을 한 가지만 가질 순 없다’는 교육을 받은 세대”라며 “한 가지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일을 담아낼 수 있는 ‘쟁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알바생과 유튜버를 병행하는 삶이 불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윤씨는 “안정적 직장을 찾아야 하는 불안감은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 MC가 되겠다는 목표와 다양한 사람을 만나겠다는 신념은 지킬 작정”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 대부분이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실행하지 못한다”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교집합’ 시기를 버틸 줄 알아야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이주현/사진=김영우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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