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세계 경기와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달러 가치와도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이란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요인은 얼마나 국제 유가에 영향을 줄까요.
며칠 전 미국경제학회(AEA) 때 헬렌 커리 코너코필립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발표는 이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었습니다.
코너코필립스는 휴스턴에 본사가 있는 미국 석유회사로 시가총액이 약 730억달러(80조원)입니다. 이런 대형 석유회사는 향후 투자를 위해 경제학자들을 채용해 유가 방향 등을 연구합니다.
커리 이코노미스트의 발표를 정리해 전합니다.
-20여년전 국제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중국이 급성장하고 오일 생산은 피크(정점)에 달하면서 계속 유가가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런 예상속에 2008년 유가는 145달러까지 올랐다. 그 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그 이후 수요 감소가 이어졌다.
2010년에는 '아랍의 봄'으로 공급 문제가 불거졌으며,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에서 오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시 급등했다. 이는 2015년까지 이어졌지만 이후 미국의 셰일오일이 본격적으로 증산되자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다. 미국이 다시 세계 원유 생산의 선도자 위치를 찾게되면서 유가는 2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지금까지 유가를 보면 비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업스트림 캐펙스(채굴 관련 생산능력) 투자와 거의 같이 움직여왔다. 이는 국제 유가에 약간 후행해서 움직인다.
최근 비OPEC의 생산이 급증하고 있고 유가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왔다.
-이제까지 이런 얘기를 한 것은 국제 유가는 어떤 지정학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지정학적 요인은 단기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곧 제자리로 돌아가게된다.
-그래서 석유회사들은 투자액을 결정할 때 중장기적 공급과 수요를 따진다.
공급쪽 요인을 따져보면 △채굴기술의 발전과 채굴비용 △자원의 증감(OPEC, 비OPEC, 그리고 미국 등) △정부 정책 △자본접근성 등에 달려있고 수요는 △글로벌 성장률 △에너지 효율성 △전기차 수요 및 배터리 발전 △석유화학산업 기술 발전 및 자원재활용 △정부 정책 등이 주요 요인이다. 지정학적 요인은 사실 열외다.
-필립스코너코는 △미래 에너지 형태 △에너지 업체들의 자본시장 접근성과 재무상태 △향후 인구통계학적 변화(데모그래픽) 등을 분석해 미래에도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본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계 인구 증가 및 경제 성장이다. 이중 화석연료의 비율은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다.
석유는 2050년에도 핵심적인, 그리고 적당한 가격의 에너지원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필립스코너코는 단기 국제 유가 움직임에도 신경을 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요 공급 사이클이 평균 유가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지정학적 요인 중에서도 중기적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다. 미중 무역갈등은 이런 대표적인 요인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수요 증가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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