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靑 압수수색' 나서자…秋 "수사단 만들때 승인 받아라" 지시

입력 2020-01-10 17:15   수정 2020-01-11 01:37


검찰이 ‘청와대 선거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지방 등으로 전보된 참모진에 새로운 자리에서 사표를 내지 말고 지금 수사 중인 사건을 중단 없이 이어가자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검찰에 앞으로 기존 직제에 없는 특별수사단 등을 설치할 때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첫 특별지시를 내린 것으로 응수했다. 추 장관은 조만간 추가적인 검찰 인사이동과 검찰 내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방식으로 ‘검찰 힘빼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돼 검찰과 정권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인사태풍 이후에도 수사 속도 내는 檢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수립에 도움을 줬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송 시장은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과 함께 2018년 1월께 장 전 행정관을 만나 자신의 공약이던 공공병원 설립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행정관은 2017년 10월에도 송 시장의 측근인 정몽주 울산시 정무특보, 송 부시장 등과 송 시장의 공약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와대가 정치적 중립성을 어기고 선거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이날 압수수색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임의제출 형태로 자료를 넘겨받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나, 청와대는 검찰에 아무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의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대해 “임의제출 방식으로도 협조하기 어려운 영장을 가져왔다”며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인 것으로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검찰은 “오늘 집행한 영장은 법원에서 ‘압수할 장소 및 물건’을 적법하게 특정해 발부한 것”이라며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승낙·거부 의사를 명시한 서면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윤 총장은 지난 8일 전보조치된 검사장들에게 “검사가 부임하는 임지는 중요하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다”며 “중요 사건은 내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지휘·감독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진행 중인 중요사건 수사, 공판의 연속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반면 추 장관은 이들에게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더욱 절제된 권한 행사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주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추 장관은 이날 앞으로 비직제 수사조직을 만들 때 법무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단, 수사팀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비직제 수사조직을 설치·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예외적으로 설치하는 경우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시는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 방안의 일환”이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팔다리가 잘린 윤 총장이 향후 특별수사팀을 꾸려 현 정권 수사를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를 선제적으로 막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해 조만간 검찰 내 직접수사 부서도 대폭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가족비리’ 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현재 4개에서 2개로 줄어들며,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 주무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도 3개에서 2개로 축소되는 등 반토막 날 전망이다.

법무부는 또 이르면 다음주께 차장·부장검사급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이번에도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 실무라인인 신 차장검사, 김 부장검사 등을 포함해 대규모 인사이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인혁/안대규/박재원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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