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 이상’ 14만여 명의 학생이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교육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총선이 3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교내 선거운동 관련 지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 청정구역’으로 인식된 학교에 총선 출마자들이 드나들고, 교실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펼쳐도 막을 방법이 없다. 보완 입법을 할 시간도 부족해 교사들은 자칫 교육현장이 선거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현행법상 교실을 찾는 정치인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칫 선거사범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투표권을 가진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비판하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선거법상 동호회 등 사적 모임은 단체 명의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심코 게시물을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몰릴 수도 있다. 교내에서 한 모의투표 결과라 할지라도 선거 6일 전부터는 공개해선 안 된다.
선거 교육과 관련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물러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 모의선거 수업을 맡겨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교사 신분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선거 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육부는 지난 8일에야 17개 시·도교육청과 선거교육 공동추진단을 꾸렸다. 선거 교육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학교 내 선거운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아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15년 선거 연령을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면서 법 시행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일본 문부과학성(한국의 교육부)과 총무성(행정안전부)은 2016년 7월 참의원 선거 전까지 13개월간 선거운동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하고, 선거법 위반 방지를 위한 교육을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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