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등 원전 지지단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0일 원고 측인 원자력정책연대 등이 2018년 1월 “원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8차 전력계획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정부 측 손을 들어주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 요건 등 형식적 측면에서 결함이 있을 때 재판부가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하는 조치다.
원자력정책연대는 한수원 노조와 경북 울진군범군민대책위원회, 울진군탈원전정부정책반대범대책위원회 등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들로 구성됐다. 원자력정책연대 외에도 환경·시민단체, 지역 주민 등 총 217명이 원고인단에 참여했다.
앞서 원자력정책연대 등은 2년 전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은 정부의 탈원전 공약을 이행하려는 눈속임 짜맞추기식 목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원자력이 위험하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확대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며 진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2년 단위로 발표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15년 간의 장기 전력수요 전망 등 전력 정책의 골격이 담겨있다. 특히 8차 계획은 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17년 기준 7.6%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을 구체화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법원의 각하 결정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사법적 면제부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위원장은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했지만 법원의 각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용을 보완해 항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9~2033년)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2년 단위로 짜는 게 원칙이지만 새로 도입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는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 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전 계획과 부합하는 지 확인하는 절차다.
산업부는 9차 계획에 석탄발전의 세율 인상, 전력수요 감축, 전기요금 인상 등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와 별도로 올 하반기부터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한국전력 한수원 등 전력·발전 공기업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다.
조재길/박종서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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