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브랜드로 마구잡이 매장 오픈…비양심적 가맹 영업에 말려들 우려

입력 2020-01-12 15:27   수정 2020-01-12 15:29

요즘 프랜차이즈 창업 강의를 자주 다닌다. 남녀노소 다양한 예비창업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항상 강의를 끝낼 무렵 청중의 90%가 이구동성으로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뜨는 아이템’이다. 강의 내내 뜨는 아이템의 위험성을 설명했는데도 “강의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새 뜨는 아이템은 뭐지요?”라는 질문이 튀어나온다.

예비창업자들이 철저한 시장 조사와 분석으로 브랜드를 고르고, 역량 있는 가맹본부를 만나면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된다. 반면 준비와 관심이 부족한 채 아이템만을 보고 창업하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뜨는 아이템’ 창업은 왜 위험할까. 우선 철저한 준비 없이 창업 시장에 뛰어들면 일부 비양심적인 가맹영업 행태에 말려들 확률이 발생한다. 소위 ‘오더맨’이라고 불리는 프랜차이즈 가맹영업 전담 영업사원들에게 현혹된다. 어떤 아이템이 뜨면 기존 브랜드를 베껴 매장 확장에만 주력하는 회사가 일부 있다. 콘셉트와 메뉴, 인테리어, 가격대까지 거의 비슷한 브랜드를 만들어 제대로 된 상권 분석 없이 마구잡이로 매장을 오픈한다.

이 경우 개점 후 일시적으로 주목받으며 방문객이 늘어나는 ‘오픈발’이 끝나면 매출은 곧바로 추락한다. 매장을 열면 4~5년은 정상적인 매출을 발생시켜야 투자비를 회수하고 얼마간의 수익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준비가 덜 된 예비 창업자가 가맹본부마저 잘못 만나면 1~2년 만에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어 피해가 크다.

국내에는 창업 희망자만 수백만 명에 달한다. 어떤 아이템이 뜨면 정보가 빠르게 확산돼 창업자들이 몰린다. 시장이 포화되는 건 시간문제다. 1~2년 새 고객 수요를 초과해 남아도는 매장들은 같은 상권에서도 서로 시장을 잠식한다. 결국 누구도 지속적으로 손익을 충분히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역량 있는 소수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망한다.

예를 들어 저가형 생과일주스 아이템은 순식간에 수십 개 브랜드가 생겼지만 현재는 원조 격 브랜드인 ‘쥬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찾아보기 어렵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스몰비어 역시 1~2년 사이 유사 브랜드가 80개 넘게 생기면서 무분별하게 매장이 들어섰다. 현재 살아남은 것은 ‘봉구비어’ 정도다.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대박’ 실적을 내는 매장의 비결을 살펴보면 된다. 예비 창업자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 가맹본부의 역량과 노하우,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의 팀워크가 뒷받침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박을 바라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사업 투자와 매장 운영 경험이 없는 초기 창업자들이 대박 매장을 꿈꾸는 것은 다소 욕심일 수 있다. 핫한 아이템보다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장수 브랜드에 더 관심을 기울여 창업하는 것이 국내 창업 시장에서는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유재은 프랜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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