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트우드가 34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 《증언들》(황금가지)은 이런 궁금증을 충실하게 풀어준다. 전작에서 길리어드 정권은 모든 여성의 권리를 빼앗고 자신들의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여성을 ‘시녀’로 만들어 권력자의 대리모 역할을 하게 한다. ‘눈’이라는 비밀경찰들이 사회를 감시하고 글자를 읽지 못하도록 간판을 그림으로 대체하는 등 우민정책을 펼친다.
《증언들》은 여성 세 명의 녹취록과 수기를 들려주며 전작에서 풀지 못한 길리어드 정권의 몰락 과정을 이야기한다. 악명 높은 교육자인 리디아가 첫 번째 증언자다. 길리어드 정권이 들어서기 전 판사였던 리디아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에게 모든 권한을 빼앗긴다. 수치심을 자극하는 오랜 고문과 압박을 견디며 ‘아주머니’ 자리까지 오른 리디아는 ‘아주머니’란 계급이 생겨난 과정과 그 안에서 벌어진 대립, 모략을 털어놓는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빼앗아간 길리어드 권력자들의 민낯을 드러낸다.
정권의 마수에 삶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 캐나다 소녀 데이지가 또 다른 증언자다. 부모의 반대에도 반(反)정부 시위에 참석한 그는 자동차 폭발 테러로 부모를 잃는다. 데이지의 녹취록에는 ‘진주 소녀’라는 포교단을 파견해 국외 민간인을 포섭하는 길리어드 정부의 모습이 상세히 묘사된다. 계모 폴라에 의해 비밀경찰 눈의 지휘관인 저드 사령관에게 시집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아그네스의 증언도 소설의 한 축이다. 전작에서 독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오브프레드의 생사와 그녀의 빼앗긴 딸에 대한 이야기가 ‘증언들’에 등장한다.
작가는 세 사람의 증언을 통해 전체주의체제는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집권 과정에서 했던 약속을 계속해서 어기는 모습을 통해 내부로부터 무너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악에 맞서는 진실의 힘을 보여주는 《증언들》은 2000년 《눈먼 암살자》 이후 19년 만인 지난해 저자에게 두 번째 ‘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피터 플로렌스 부커상 심사위원장은 “우아한 언어와 탁월한 구조를 갖춘 소설 속 문장들을 통해 보이는 문학적 기교가 뛰어나다”며 “무엇보다 작가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던져주며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캐릭터를 창조했다”고 평가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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