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나 과일 등 재료를 지그시 눌러 짜는 저속 착즙 방식의 휴롬 원액기는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다. 2008년 선보인 이후 전 세계에서 980만 대나 팔렸다. 하지만 인기에 안주했던 휴롬은 소비자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사드 영향으로 중국 시장은 초토화됐고 소비자 관심은 초고속 블렌더(분쇄기)로 옮겨갔다. 매출은 몇 년째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를 맴돌고 있다. 한동안 고전하던 휴롬이 위기 탈출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김재원 대표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췄기 때문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20도 증기 내뿜는 ‘한국형 찜기’
내달 출시될 멀티쿠커 신제품 ‘슈퍼스팀팟’(사진)은 우리 고유의 건강한 음식 문화인 ‘찌고 데치고 삶는’ 조리법에 착안해 기획했다. 국내 최초로 과열 증기 방식을 채택했다. 용기 안에 식재료를 넣은 뒤 데치기, 찜, 취사, 국 등 메뉴를 선택하면 10초 만에 미세하고 고운 입자의 증기가 위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120도 슈퍼스팀이다. 가열된 증기가 대류 현상을 일으켜 식재료를 고루 익힌다. 또 압력이 치솟으며 진공 상태를 만든다. 메뉴에 따라 스팀의 온도, 분사량, 시간 조절을 알아서 해 맛과 영양을 살려준다. 채소는 아삭하고 고기와 생선 요리는 촉촉해진다.
기존 멀티쿠커는 물을 끓인 뒤 증기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냈다. 그러다 보니 식재료의 밑은 질척거리고 윗부분은 마르기 일쑤였다. 휴롬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증기를 반대로 뿌리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문어숙회와 보쌈을 비롯해 200여 가지 요리가 가능하고, 취사 및 보온 기능이 탑재돼 밥솥 대체 역할도 한다. 가정간편식(HMR)을 활용하기 좋아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일 저녁 휴롬이 슈퍼스팀팟을 공개한 곳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가구 브랜드 헤이 매장이었다. 세련된 가구들 사이에 놓인 멀티쿠커는 인테리어 제품을 연상시킬 만큼 감각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시장 선도하는 건강가전 기업으로
이번 신제품을 시작으로 휴롬은 ‘건강 생활가전’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신제품을 통해 ‘글로벌 건강가전 브랜드’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다. 공기청정기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제품을 내놓되 디자인과 기능 등에서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회사명 휴롬은 ‘휴먼(사람)’과 ‘이로움’의 합성어로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다면 얼마든지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도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를 ‘제2의 중국 시장’으로 키우기 위해 역량을 쏟고 있다.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기대가 크다. 중국은 현지 영업을 강화하고 온라인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 재정비 작업을 최근 마쳤다.
2세인 김 대표는 “크고 작은 변화와 혁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올해 매출 1000억원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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