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들이 미 대사관 네 곳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는 등 ‘임박한 위협 (imminent threat)’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주장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런데 공습이 워낙 전격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가 2011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재선을 위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올린 트윗이 올해 11월 재선을 앞둔 시점과 묘하게 겹쳐 그 의도가 의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팔레비 국왕을 축출한 이슬람 혁명 이후 공식 외교관계가 단절됐으며 이후 적대적 관계를 이어왔다. 2002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뒤이은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로 두 나라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그러나 2015년 오바마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당시 이란 대통령이 핵개발 동결에 합의하면서 대(對)이란 경제제재의 상당 부분이 해제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후 핵합의를 전면 파기하고 원유 수출 봉쇄와 달러 결제망 퇴출 등 경제제재를 다시 복원했다.
이런 경제제재로 이란 경제가 붕괴하면서 두 나라의 대치관계는 일촉즉발의 상태에 이르렀다. 그 결과 이번 공습 사태가 터졌으며 지난 8일엔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물리적 공격보다는 제재를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한 발 물러나면서 최악의 국면은 진정되는 듯하다.
이 와중에 주가와 국제 유가의 변동성은 확대됐으나 우려와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지난 3일 미국 S&P500지수는 0.7% 정도 하락에 그쳤고 7일에도 0.28%로 소폭 하락했다. 유가 역시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으로 3일 3% 정도 급등했으나 7일부터 폭락해 오히려 이란 사태 이전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주가는 예상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주가의 변동성은 급격히 커졌다. 유가증권시장은 3일과 7일 모두 1% 내외로 떨어졌으며, 코스닥은 각각 2%, 3%를 웃도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몇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왜 미국의 주가는 이번 사태에 둔감했을까? 전쟁과 주가에 대한 제럴드 슈나이더와 베라 트뢰거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최근 전쟁은 주요국의 주가를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하락시키지 않았다.
예를 들어 1990년 걸프전쟁 발발 때 다우존스지수는 6.3% 하락했다. 그러나 한 해 뒤 ‘사막의 폭풍’ 작전 때는 4주 동안 무려 17% 주가가 치솟았다. 2003년 2차 걸프전쟁 발발 때도 당일 주가는 오히려 2% 상승했다. 비윤리적 표현이지만 ‘전쟁 강세장(War Rally)’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다. 전체적으로 최근 연구를 살펴보면 본토에서 벌어지지 않고 예상 가능한 전쟁에서는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다.
더불어 이번 사태에서 생각할 점은 신흥국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다. 물론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인해 교역량이 감소하고 원유가 폭등할 경우 선진국보다 신흥국 금융시장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요인 외에도 글로벌 주가가 최근 몇 년간 고공행진을 하면서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감이 이번 사태로 살짝 얼굴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언제든 주식시장에 악재가 터질 경우 신흥국 주식이 선진국 주식에 비해 더 위험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투자자는 물론 국제 금융당국자들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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