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가 청년채용 줄이고 조기퇴직 늘리는데"…기업 60% 아직 연공서열 집착

입력 2020-01-13 17:42   수정 2020-01-14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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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기업(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시간당)을 100원이라고 했을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2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비정규직은 63원, 중소기업 정규직은 57원을 받았다. 정부가 해마다 사업장 규모·고용형태별 임금격차를 발표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이 비중은 거의 변화가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양극화의 근본 원인으로 호봉제 임금체계를 지목하고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 민간기업 호봉제 개편해야

고용노동부는 13일 기업들의 임금체계 개편을 돕기 위한 참고서 격인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책자를 제작해 배포했다. 책자에는 구체적으로 △임금구성 단순화 △임금체계 개편 방법·사례 △직무가치에 기반한 인사관리체계 도입을 위한 직무 분석·평가방법 △제조업 범용 직무평가 도구 활용방법 등을 담았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사진)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기업들의 주된 임금체계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호봉제여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호봉제 비율은 해마다 소폭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6월 고용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의 호봉제 운영 비율은 58.7%였다. 2016년 63.7%에서 5.0%포인트가량 줄긴 했지만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호봉제를 유지하는 비율이 높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호봉제 비율은 60.9%였다.

국내 기업의 연공성, 즉 오래 다닐수록 임금이 오르는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임금 대비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은 3.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유럽연합(EU) 15개국 평균과 비교하면 약 2배, 한국과 비슷한 임금체계를 운영 중인 일본(2.5배)과도 차이가 컸다.

이 같은 형태의 임금체계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에 나선 이유다. 임 차관은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기업들이 호봉 상승으로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더라도 감당할 수 있었다”며 “경제성장률이 연 3% 미만인 저성장 기조에서는 청년 신규채용과 중·고령자 조기퇴직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늘리는 수준” 실효성 의문

정부가 야심차게 민간부문 임금체계 개편에 나섰지만 산업현장의 기대는 크지 않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고용부가 수차례 임금체계 개편 관련 발표를 했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유야무야된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매뉴얼 역시 구체적인 대안 없이 민간기업 컨설팅을 늘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2000년 초 한국노동연구원에 임금직무혁신센터를 세워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해왔으나 아직도 300인 이상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은 호봉제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이렇다 할 임금체계를 갖추지 못한 100인 미만 사업장의 호봉제 비율은 15.8%에 불과하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노동연구원 내 임금직무혁신센터 출범 이후 매뉴얼을 발표했고, 특히 2014년 3월에는 구체적인 직종의 바람직한 임금체계를 제시하는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발표해 민간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종용하기도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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