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딸이, 겨우 허리 좀 아팠다고 해서 왜 갑자기 늙은 아비보다도 먼저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너무 억울합니다."
40대 여성이 디스크 수술을 받은지 5일 만에 쌍둥이 아이들을 남기고 사망한 사연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망한 여성의 70대 부친 A씨는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디스크 수술 후 의료과실로 사망한 제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열흘이 지난 6일 현재 약 6만 5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A씨는 해당 청원글을 통해 "딸이 한 디스크 전문 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24시간도 안돼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병원에서는 1차 진료 끝에 허리디스크라 진단해 시술을 받았고 나아지는가 싶더니 통증이 재발해 같은 병원에 재방문해 수술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장인 담당의사는 수술이 끝나고 4시간 후면 걸어 다닐 수 있는 간단한 수술이라며 호언장담하더니, 수술 후에는 ‘수술 중 경막을 손상시켰는데 4일간 꼼짝 않고 누워있으면 된다’고 했다"면서 "의사가 시킨 대로 병원에서 5일간 누워만 있었고, 5일이 지난 아침, 의사가 와서 한번 걸어보라고 해서 화장실에 갔는데 배가 아프다고 소리지르며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딸의 눈이 돌아가고 의식까지 잃었는데 CT, MRI 등 검사는 하지않고 환자에게 마사지만 했다"면서 "별다른 조치도 없이 2시간이나 허비한 후에 5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는 곧바로 검사하더니 혈전이 폐동맥을 막았다며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혈전을 녹이는 약을 써봤지만, 차도가 없어 또다시 1시간 넘게 떨어진 모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면서 "대학병원 의사는 딸아이의 상태를 보더니 젊은 사람을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뒀는지 모르겠다면서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떨어지는 딸아이의 혈압을 잡아보려고 인공심장도 달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몇 시간 만에 결국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쓰러진 딸 옆에서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던 무능한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그 순간들이 떠오를 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면서 "매주 주말이면 친정을 찾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 모습을 더 볼 수 없기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디스크 전문병원은 수술실에 CCTV가 없어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병원장과 같이 들어간 다른 의사가 대신 집도했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A씨는 "담당 형사는 병원이 죄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형사 개인이 불기소 의견을 낼 만큼 대한민국 경찰들의 의학지식이 해박한 것인가"라면서 "늙은 아버지에게 병원이 잘못했다는 것을 밝혀내라고 하는 것이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인가"라고 반문했다.
A씨는 "억울하게 짧은 인생으로 끝나버린 아까운 제 딸. 그 아이가 왜 죽어야 했는지, 이 사건의 진상을 확실히 규명해주시고, 의사, 간호사 등 사고 관련자들이 정말 제 딸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 없는 것인지 명명백백히 밝혀달라"면서 "저 뿐만 아니라 이 땅에 의사의 손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수많은 국민들을 위해 수술실에 반드시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유가족이 의사의 과실을 전적으로 입증해야만 하는 현재의 의료소송제도도 상식적인 수준으로 고쳐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료선진국으로 거듭나도록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환자단체 등은 의료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수술실에 CCTV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지난해 5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 탓이다.
한편 경기도에서는 최초로 도입한 수술실 CCTV 설치 사업을 민간으로 확대한다는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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