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 만에 고쳐야 하는 선거법…이런 부실입법이 어디 있나

입력 2020-01-13 18:26   수정 2020-01-14 00:29

민주국가에서 선거만큼 중요한 것을 찾기는 힘들다. 국민의 주권 실현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절차가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4+1 협의체’가 밀어붙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6일 만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재개정 요구를 받은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선관위가 국회에 ‘재개정이나 입법 검토가 시급하다’고 요청한 안건이 14개에 달한다는 사실이 졸속 입법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헌법 불합치’와 ‘위헌’ 판정으로 효력이 상실된 조항도 고쳐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선량들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선관위는 비례대표 후보의 기탁금 액수, 공천 탈락자의 기탁금 환수 관련 조항이 ‘실효 상태’라며 재개정을 촉구했다. ‘문자메시지’에 음성·동영상 포함 등의 규정 누락도 지적했다. 선거연령 하향으로 ‘학교의 정치화’와 학습권 침해가 나타날 것이라며 보완입법을 요청한 대목이 특히 걱정스럽다. 지금대로라면 18세 고3 학생의 특정 후보 지지·반대 활동까지 가능해 선거사범으로 처벌받는 학생이 나올 수 있는 등 여파를 가늠하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안전위원회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아무 검토의견이 없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교육시설을 선거운동 제한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선관위가 반복적으로 밝혀왔다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기본적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이며, 알고도 무시했다면 야합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준준연동형비례제’라는 복잡한 ‘짬뽕 선거법’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기구의 위헌 지적까지 나온 만큼 여당은 즉시 보완입법에 나서야 한다. 제1야당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학교 내에서 특정 이념의 강제를 금지하는 등의 원칙을 만든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은 사회적 논의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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