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밀어붙이기에 속수무책…한국당 완패로 끝난 '패트 정국'

입력 2020-01-13 21:53   수정 2020-01-14 01:00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가 결국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유치원 3법까지 모두 범여권 뜻대로 처리했다. 자유한국당은 막판에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포기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국회가 13일 연 본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앞서 진행된 정세균 국무총리 인준안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진 후 검경수사권 조정안 표결 땐 모두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한국당 퇴장 이후 민주당과 군소야당이 ‘과반전선’을 유지한 채 모든 안건을 처리하면서 본회의는 개의 1시간33분 만에 마무리됐다.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법에 이어 이날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까지 모두 ‘4+1 협의체’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관련 법안들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지 약 9개월 만이다. 여야가 극단적 대치를 이어온 ‘패스트트랙 정국’도 이날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국회 토론이 끝나고 그 실행을 정부에 맡기게 됐다”며 “검찰총장은 조직을 정비하고 국민의 약속인 검찰개혁을 차질없이 수행해달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주도한 4+1 공조에 대해서도 “새로운 연합과 협치 모델이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한국당은 이날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았다. 필리버스터 대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여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등이 ‘쪼개기 임시국회’로 대응하고 있어 필리버스터 전략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범여권이) 수의 힘으로 폭주하는 야만을 저지르고 있다”며 “국회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든 문재인 정권을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개의에 앞서 회동을 하고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심 원내대표는 회동 과정에서 민주당을 향해 “일방적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협상을 운운하는 것은 (협상을) 시도하긴 했다는 변명을 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폐기를 공약 1호로 내건 것과 같은 오기의 정치를 멈추고 결론에 승복해야 할 시간”이라고 맞받았다.

여권이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향후 검찰 관련 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립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각각 ‘야당심판론’과 ‘정권심판론’을 내걸고 있는 만큼 검찰 문제가 총선에서도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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