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피의자 등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진술한 내용이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지만 앞으론 재판 과정에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할 경우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수사에서 진술증거가 최우선시됐다면 앞으로의 수사 방식은 압수수색 등에 따른 물적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사기관이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포렌식 역량을 강화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을 늘릴 것으로도 예측된다.
다만 뇌물사건, 목격자가 없는 살인사건 등 사건 관계인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건은 수사 공백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피신조서를 대체할 수단에 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사나 수사관이 요점만 정리하는 형태인 현재의 피신조서 대신 피의자의 모든 조사 과정을 녹화한 영상물 또는 조사 녹취록 전문 등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피의자 신문을 담당한 수사관이 법정에 나와 증언하는 방식 등도 제기된다.
반면 검사가 피의자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강압적인 수사를 할 가능성은 줄어들게 됐다. 수사기관이 피신조서의 대안으로 녹화 영상물을 활용한다면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적 요소도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5년간 전국 검찰청의 영상녹화 평균 실시율은 14.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가 공판에서 피신조서를 부인하면 사건 관계자들을 법정에 불러 처음부터 그들의 주장과 답변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재판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변호사 비용이 급증하고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제한된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늑장재판’ 비판을 받는 형사 재판부가 이 같은 변화를 감당할 만한 물적, 인적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