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플로리다 펜서콜라 해군항공기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해 숨진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해제 협조를 애플에 요청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숨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용의자 무함마드 시드 알샴라니의 아이폰 잠금해제에 협조해달라고 애플에 요구했다. 알샴라니가 범행 전 누구와 대화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앞서 사우디 훈련생 신분이던 알샴라니가 총기를 난사해 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인 알샴라니도 총격 중 사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정치적 목적이 있는 '테러'로 규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샴라니는 보유한 아이폰 두 대 중 한 대에 총을 쏘며 휴대전화를 파괴하려 했다. FBI 전문가들은 기기를 성공적으로 수리했으나 법원의 허가에도 불구하고 기기 내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연방 수사관들이 알샴라니의 아이폰에 접근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 장관은 "미국인들의 생명을 보다 더 잘 지키고 미래의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해결책을 찾도록 애플과 다른 기술회사들이 우리를 돕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미 수사 당국으로부터 아이폰 보안 해제 조치를 요구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 사건 때도 FBI는 총격범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애플 측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애플은 기기 한 대의 보안 해제를 허용할 경우 애플의 모든 제품 보안이 위태로워진다고 주장해왔다. 또 수사기관을 위해 예외적으로 만든 백도어(인증 절차 없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상 허점)가 해커나 범죄자들에게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비협조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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