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원료로 맛있게 만든 맥주의 세금이 이전보다 줄어 싸게 팔 수 있게 되자 국산 수제맥주업체들은 양조장을 새로 짓고, 유통망도 정비하고 있다. 줄어든 세금을 반영해 가격을 대폭 내리고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회사들은 역대 가장 많은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제맥주 회사는 139곳으로 2014년(54곳) 대비 157.4% 급증했다.
종량세 전환에 수입맥주 ‘주춤’
국내 수제맥주의 역사는 2002년 시작됐다. ‘하우스맥주법’ 통과가 계기였다. 카브루, 세븐브로이, 플래티넘 등 1세대들이 등장했다. 100여 개까지 늘었던 회사는 2005년 이후 대부분 사라졌다. 좋은 재료로 소규모 양조를 하는 수제맥주 회사들은 기존 세금 체계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 캔의 디자인을 바꾸거나 새로운 원료를 첨가해도 세금이 2~3배 뛰었다. 국산 수제맥주는 설 자리가 없었다. 외국에서 생산해 국내에 들여오는 수입맥주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입 관세만 내며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52년 만에 달라진 맥주 세금 체계는 ‘술의 원가와 상관없이 생산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핵심이다. 고급 맥주를 만들어도 이전보다 10% 이상 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됐다. 맥주 수입이 꺾인 것도 호재다. 지난해 맥주 수입은 10년 만에 감소했다.
공장 증설 등 몸집 키우는 수제맥주
수제맥주 회사들은 세금 체계 변화를 앞두고 다양한 준비를 했다. 1세대 수제맥주 회사 카브루가 가장 공격적이다. 2015년 진주햄이 인수한 이후 브랜드파워와 유통경쟁력을 강화했다. 카브루는 그동안 더부스 맥파이 크래프트웍스 등 서울 이태원 수제맥주 회사에 맥주를 납품하며 ‘수제맥주 붐’을 일으킨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경기 가평에 2개 양조장 증설을 마쳤다. 올 하반기 새로운 양조장도 착공한다. 100억원을 투자한 자동화된 캔 전문 브루어리 건설도 계획 중이다. 연간 최대 500만 캔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기존 브루어리의 면허를 소규모 제조 면허에서 일반 면허로 전환해 대량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시스템도 갖췄다.
제주맥주도 몸집을 키웠다. 제주맥주는 2017년 연간 2000만kL의 맥즙 생산 시설을 갖추고 등장했다. 현재 수제맥주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제주 한림읍 양조장의 연간 생산량을 4배 늘렸다. 500mL 캔 기준 연간 1800만 캔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성수동을 대표하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지난해 이천 공장 증설을 완료한 데 이어 당일 생산한 맥주를 전국 배송이 가능하도록 CJ대한통운과 콜드체인 물류 계약을 맺었다.
“가격 할인+역대급 신제품 쏟아진다”
수제맥주 신제품은 올해 가장 많은 수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가격도 싸진다. 편의점업계는 수제맥주 3캔에 9400~9900원 등의 행사를 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11월 선제적으로 맥주 출고가를 20% 인하했다. ‘제주 슬라이스’라는 신제품을 추가하며 3종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렸다. 올해는 위스키 회사와 함께 위스키 배럴 숙성 맥주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맥주 세계품평회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카브루는 올해 세계적인 맥주 트렌드에 맞는 10여 종의 신제품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는 양조시설과 펍을 겸비한 ‘카브루 브루펍’을 서울 청담동에 열기도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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