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금·고용 유연성 높이면 비정규직 차별 사라진다

입력 2020-01-14 18:25   수정 2020-01-15 00:06

대법원이 대전MBC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 7명이 낸 소송에서 정규직과 동일하게 처우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음에 따라 기업들이 줄소송 공포에 떨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와 달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급여와 수당 등은 정규직보다 덜 받아 ‘중규직’으로 불리던 근로자가 차별 금지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무기계약직이 있는 대다수 사업장은 더 커진 ‘고용 리스크’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밀어붙이면서 무기계약직이 급증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공기관 근로자 10명 가운데 1명이 무기계약직이다. 민간기업의 경우는 무기계약직 근로자 수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조차 없다. 200만 명 이상일 것이란 추산만 있을 뿐이다. 소송이 민간으로 확산되면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공채로 입사한 정규직과 추천과 면접으로 들어온 무기계약직 간 차별을 없애면 또 다른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판결이 몰고 올 악영향이다. 정규직의 기득권 고수와 과보호가 빚어낸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정규직에 맞춰 해소하라고 한다면 기업 부담이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거나 해외로 떠날 것이고, 이로 인해 노동시장이 얼어붙으면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취업 기회의 문이 닫히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이번 판결은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 제고라는 전 세계 노동개혁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 유연한 근로시간제, 플랫폼 근로자의 증가 등은 불가피하다. 정규직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노동시장의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면 일자리가 늘어날 뿐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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