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타임워너그룹과 아메리카온라인(AOL)의 합병은 미디어와 인터넷 그룹의 결합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인터넷 시장의 독점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오늘날 두 회사는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은 역대 가장 큰 기업 간 결합이었고,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AOL은 세계 최대 콘텐츠 제공업체인 타임워너를 사들이기 위해 1830억달러를 제시했다. 투자자인 로저 맥네이미는 두 기업의 합병을 ‘엄청난 변혁’이라고 했다. 그것은 무언가 중요한 것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여겼다.
그러나 두 기업의 합병은 실패로 돌아갔다. 타임워너는 2009년 AOL과 결별했다. 이후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은 2015년 AOL을 44억달러에 인수했다. S&P 500지수의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인수가는 2000년 기업 가치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또 미국 통신회사 AT&T는 2018년 타임워너를 사들였다. 인수가는 2000년 타임워너 가치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기업 합병의 실패는 경영진의 잘못된 사업 전략과 기업 문화 충돌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타임워너-AOL 합병의 실패는 시장 경쟁 관계를 너무 좁은 시각에서 보는 정치인들과 반독점 규제기관들에 교훈을 주고 있다.
AOL이 큰 성공을 거둔 회사였던 것은 분명하다. 이 회사는 약 2200만 명의 가입자들에게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당시 AOL은 과도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며 기술 거품의 정점을 찍었다. 다른 경쟁과 도전이 도사리고 있던 것을 몰랐다. AOL이 전통적인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때 케이블 회사들은 더 빠른 광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2000년 AOL은 인터넷 시장의 지배적 기업이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상황은 급반전됐다. 케이블 회사들의 광대역 인터넷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2000년 규제당국은 AOL의 타임워너 인수가 시장의 혁신을 저해할 것을 우려했다. 당시 연방무역위원회 보고서를 작성한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자 제프리 매키 메이슨은 “두 회사의 합병은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시장에서 수평·수직적으로 AOL의 힘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 서비스·콘텐츠 제공업체가 미래의 인터넷 신생 기업을 비참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한 뒤에야 추진됐다. AOL은 경쟁사에 콘텐츠를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당시 1억4000만 명이 이용하고 있었던 AOL 메신저 서비스를 다른 플랫폼의 비슷한 도구들과 호환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합병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결국 시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견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독점 규제당국이 내놓은 정책들은 별 효과가 없었고 심지어 관련도 없었다. 그 뒤에 닥칠 이른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예견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우려는 환상이었다. AOL은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타임워너의 미디어 계열사들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것으로 판명됐다. 타임워너가 소유한 타임, 라이프, 피플, CNN, HBO 등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했다. 2009년 타임워너는 자발적으로 타임워너케이블을 분사시켰다. 그런 상황에서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등과 같은 회사들은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내놨다. 이들 중 누구도 네트워크를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성공했다.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는 더 나은 앱 서비스에 묻혀 버렸다. 스카이프, 페이스타임, 와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은 AOL의 채팅 프로그램을 대체했다. 이 새로운 서비스들 중 어떤 것도 인스턴트 메신저에 연결돼 있지 않았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는 반독점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기술 회사들이 경쟁을 저해했다”고 말한다. 워런 의원은 정부가 기술 회사를 해체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은 일상생활에 너무 필수적이어서 공익 사업으로 규제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들은 과거 AOL의 타임워너 인수에 대한 경각심만큼 이상해 보일 것 같다.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독점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비디오 대여체인 블록버스터가 할리우드비디오를 인수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블록버스터는 2010년 파산을 신청했고, 오늘날 오리건주 벤드에 하나의 가게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넷플릭스가 제작에 관심이 있다면 이는 영화 소재로도 좋을 것 같다.
원제=A Lesson for Today’sTech Trustbusters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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