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수수료 매출 감소"…부동산신탁업에 무슨 일이

입력 2020-01-14 17:30   수정 2020-01-15 02:21

올해부터 수년간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영업 실적 및 재무 안정성이 동반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 부동산 침체로 신규 주택 분양 성과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2018년 이후 장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도 단기간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국내 양대 부동산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은 전날보다 0.2% 오른 2045원, 한국자산신탁은 0.3% 하락한 30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2.6%와 8.9% 하락했다.

지방 주택 분양 사업의 부진 등으로 한동안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계속해서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부동산신탁업은 땅 및 건물 소유자의 요청을 받아 개발이나 운용, 관리를 대신해주는 사업이다. 관련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소유자에게 넘어가고 신탁회사는 신탁보수(수수료)를 받는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부동산신탁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업계 전체 수수료 수익이 8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정도 줄고, 내년엔 여기서 3%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15년부터 2017년 부동산 호황기 때 수주한 부동산 분양 사업이 부동산신탁업계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주한 개발 사업 중 상당수는 부동산신탁회사들이 직접 차입금까지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이기 때문이다. 차입금에 대한 대손충당 비용도 일부 발생하고 있어 업계의 실적 악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상위 부동산신탁사를 중심으로 신탁계정 대여금 관련 대손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차입형 토지신탁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부동산신탁사의 재무건전성 하락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수탁 부동산의 분양률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4~2015년 분양을 개시한 수탁 부동산은 개시 후 6개월 기준 분양률이 67%로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2018년 분양 개시 물량은 이 비율이 51%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엔 31%까지 낮아졌다.

한국기업평가는 미분양 지속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 2일 대한토지신탁 신용등급을 강등(A2-→ A3+)했다.

산업 내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3월 신영부동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의 신규 시장 진입을 인가했다. 이로써 부동산신탁 사업자는 11곳에서 14곳으로 늘어났다. 코람코자산신탁(현 최대주주 LF), 국제자산신탁(우리금융지주), 아시아신탁(신한금융지주) 등은 지난해 대주주를 변경하고 올해부터 사업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활발한 경영권 변동에 이어 외형 확대를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까지 나타날 경우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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