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데스크 시각] 15일간의 이란 사태가 남긴 것

입력 2020-01-15 18:31   수정 2020-01-16 00:27

세계인들은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이번 연말과 연초를 보냈다. 상황은 긴박했으며 미국과 이란은 금방이라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였다.

시작은 지난달 27일. 이라크의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31일엔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대사관이 습격받았다. 미군은 이달 3일 이란 군부 실권자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드론으로 폭살했다. 8일엔 이란군이 이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22발을 발사했다. 다행히 몇 시간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민간 여객기가 추락했으며 이란 군부는 11일 실수로 격추했다고 실토했다.

압도적인 미국의 정보·군사력

이번 이란 사태는 미국과 이란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다음의 네 가지 측면에서 15일간의 상황을 정리해볼 수 있다.

①미국의 정보력은 대단했다. 솔레이마니가 3일 새벽 바그다드공항에 내리는 것을 미국은 알고 있었다. 언제 누구를 만나는지도 손바닥 보듯 꿰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도 마찬가지. 이란은 기체 결함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도 안돼 “의심이 간다. 이란이 실수한 것 같다”고 했다.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했다는 것을 미국은 알고 있었다.

②미국의 군사력은 무서웠다. 미군이 솔레이마니 폭살에 사용한 무기는 리퍼라는 이름의 드론. 1900㎞를 날 수 있고 최고 시속은 480㎞에 이른다. 1700㎏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지만 이번엔 정밀유도폭탄(일명 닌자폭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인공위성의 도움으로 미국 본토에서 드론을 조종했다. 미 공군은 이런 드론을 200대가량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은 이미 아프가니스탄전쟁을 통해 증명됐다.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1980년대 10년을 헤맸지만 미국은 2002년 단 두 달 만에 끝냈다.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B52 폭격기나 중국이 갖지 못한 핵추진 항공모함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란도 북한의 길 걸을 듯

③이란은 애초 미국과 전쟁할 생각이 없었다. 그만큼 어리석거나 무모하지 않았다.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쏘기 전 이라크를 통해 미국에 알려줬다. 대피하라는 통보였다. 살상 의도는 없으며 2차 공격도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보복 공격은 단지 내부용이었다. 솔레이마니 사망에 따른 분노를 가라앉히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전쟁을 벌이면 30년간 쑥대밭이 된 이라크 꼴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사태로 중국에서조차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했다면 어떤 꼴이 났을까 하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④앞으로 이란은 북한의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중심의 이란 지도부는 위기를 맞았다. 미국은 현실적으로 대적할 수 없는 상대다. 그런데도 혁명수비대는 무작정 보복을 외치고 있다. 군이 독자 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시위까지 다시 벌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 제재에 따른 민생고에다 40년간 지속된 억압적 신정(神政)체제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이 꽤 있다는 방증이다.

이란은 핵을 포기한 리비아나 이라크의 길을 걷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내전까지 겪고 있으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이란은 미국과 설전(舌戰)을 펼치고 내부를 억압하면서, 조용히 핵무기 개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 ‘제2의 북한’에 가장 가까운 나라가 이란이다.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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