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안 포스코건설 그룹장, 초고층 공사의 匠人…"첫째도 둘째도 안전이죠"

입력 2020-01-15 17:27   수정 2020-01-16 00:31

‘최고, 최초, 최장.’

지난해 11월 공사를 끝낸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더샵’에 붙는 수식어다. 엘시티는 국내 주거시설 가운데 가장 높다. 최고 101층, 높이 411m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두 번 쌓아 올린 높이와 비슷하다. 철강재 12만t, 콘크리트 64만㎥가 쓰였다. 전용면적 85㎡ 아파트 6900여 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인력은 하루 최대 3000명이 투입됐다.

현장소장을 맡은 권용안 건축기술지원그룹장(53·사진)은 이곳에서 1722일 동안 공사를 지휘했다. 국내 초고층 공사 중 가장 오랫동안 현장소장을 맡았다. 권 그룹장은 국내 최초로 초고층 공사를 착공부터 완공까지 책임진 현장소장이기도 하다. 초고층 공사는 공기가 길어 현장소장이 자주 바뀐다. 15일 부산 엘시티 건설현장에서 만난 권 그룹장은 “국내 건설사의 초고층 공사 기술은 골조, 외장, 가설공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권 그룹장은 26년간 건설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다. 초고층 공사를 처음 맡은 건 2005년 무렵이다. 2005~2008년 부산 ‘해운대더샵센텀스타’ 공사를 담당했다. 최고 60층, 212m 높이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 301m)가 건설되기 전까지 부산 최고층 아파트였다. 그는 “더샵센텀스타에서 쌓은 초고층 공사 경험 덕분에 엘시티 현장소장을 맡게 됐다”고 했다.

엘시티 현장은 계획된 공기대로 50개월 만에 공사를 마쳤다. 3일에 한 개 층 골조를 올리는 ‘층당 3일 공법’이 적용됐다. 1990년대 중반 지어진 88층 말레이시아 초고층 빌딩 KLCC 공사 때(4.5일)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권 그룹장은 공기를 제때 맞춘 비결로 ‘철저한 사전 분석과 시간관리’를 꼽는다. “건설정보모델링(BIM) 시스템을 통해 건물별로 필요 물량, 시공 상황 등을 사전에 검토해 공정 전기 설비 전 분야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했습니다. 기능공들을 24시간 근무조로 편성해 공사 속도를 맞췄죠.”

해운대바닷가에 들어선 초고층 건물인 만큼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고 권 그룹장은 설명했다. 태풍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직경 51㎜ 철근으로 골조를 지었다. 그는 “건물 곳곳에 설치된 안전모니터링시스템(SHM)을 통해 방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안전도를 확인한다”며 “최대 강풍 초속 80m와 규모 6.5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했다”고 말했다.

권 그룹장은 “세계적으로 건축 용지가 줄면서 초고층 빌딩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며 “골조 외장 가설공사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 수준을 갖춘 만큼 국내 건설사의 영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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