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AI 비서처럼 활용? 佛 창업자가 던진 메시지

입력 2020-01-15 17:05   수정 2020-01-1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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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문관 ‘유레카파크’는 지난주 폐막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의 핫플레이스였다. 스타트업들의 ‘스마트’한 아이디어를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레카파크 한쪽 구석에 프랑스 업체 BPZ랩스의 ‘똑똑한 감자(Smart Potato)’가 있었다. 블루투스로 감자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감자어’를 해석해주는 게 핵심이다. 감자를 애플의 시리나 아마존의 알렉사처럼 인공지능(AI) 비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이 감자는 CES 공식 트위터 계정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똑똑한 감자는 ‘가짜 혁신’이다. 감자어도, 이를 사람의 언어로 바꿔주는 기술도 존재하지 않는다. 니콜라 발덱 BPZ랩스 창업자는 “뭐든지 ‘스마트’만 붙이면 혁신으로 대접받지만 대다수는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다”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똑똑한 감자’를 들고 나왔다”고 했다.

가짜 혁신이 어떻게 유레카파크를 뚫을 수 있었을까.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게 CES 주관사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홈페이지에 내건 부스 설치 조건이다. CTA가 가짜 혁신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질의했지만 “답변하지 않겠다(No comment)”는 답만 돌아왔다.

이 해프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덱 창업자의 지적처럼 그럴듯한 청사진만 내걸고 투자자를 현혹하는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내실 없이 덩치를 키우는 기업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올해 CES엔 한국 스타트업이 대거 참가했다. 참가 규모에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 언론들이 유레카파크의 스타트업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배경이기도 하다. 기뻐할 일은 맞지만 흥분할 이유는 없다. 유레카파크에 차린 부스의 수가 늘었다고 ‘혁신 점수’가 올라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 ‘똑똑한 감자’가 없는지를 살피는 작업이 더 시급할지도 모른다.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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