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의 본인 확인 앱 패스가 모바일 금융상품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계좌 개설과 신용등급 조회, 보험 및 카드 가입 등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시중은행이나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의 금융 앱과 구분이 안될 정도다.
본인 확인 앱이 금융 상품몰로
패스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운영하는 간편인증 앱이다. 3사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앱을 운영하다가 2018년 7월 패스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통합했다. 기존에 스마트폰으로 본인 인증을 하려면 문자메시지로 비밀번호를 받아 입력하거나 공인인증서를 내려받아야 했다. 통신 3사는 불편한 인증 과정을 바꿔보겠다는 취지에서 이 앱을 만들었다.
본인 인증 기능은 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거나 웹사이트 가입, 온라인 결제를 할 때 이용된다. 통신사들이 패스 앱에서 금융 상품을 팔게 된 이유다.
패스 앱에서 금융상품을 가장 활발하게 팔고 있는 업체는 SK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카드사들과 제휴를 맺고 패스에서 카드에 가입할 경우 최대 15만원을 돌려주는 행사를 벌였다. 역대 카드 이벤트 중 캐시백 규모가 가장 컸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달부터는 신한금융투자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만들면 현금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올 들어선 대부분 카드사와 제휴하고 있다. 카드를 발급받아 첫 결제를 하면 최소 5만원에서 최대 12만원을 돌려준다. 2금융권 대출을 중개해주고, 주식과 펀드 정보를 알려주거나 건강검진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핀테크에서 테크핀으로
패스 앱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쉽게 진화한 이유는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패스 가입자 수는 1480만 명이다. SK텔레콤 이동통신 가입자(약 2800만 명)의 절반 이상이 이 앱을 설치했다. 1480만 명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페이 사용자(1300만 명)와 토스 이용자(840만 명,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를 넘어선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다수 사용자를 보유한 앱을 통해 가입자를 모으면 오프라인 카드 모집인에게 주던 수수료 등 마케팅 비용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다”며 “패스 앱은 상시 활용 가능한 토스, 뱅크샐러드보다 아직 인지도가 낮지만 발전 가능성은 더 크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체가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테크핀(기술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테크핀은 금융회사가 IT를 접목하는 핀테크와 달리 IT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 혁신을 일컫는다. 양국보 KOTRA ICT·프로젝트 실장은 “텐센트가 신용정보사업을 하고 구글이 은행업 진출을 선언하는 시대”라며 “해외에서는 기술을 가진 기업의 금융업 진입 속도가 기존 금융사 및 핀테크 업체의 신기술 도입 속도보다 훨씬 빠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송영찬/김대훈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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