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손쉽게 골프 실력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틈새 투자’가 스트레칭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 싶지만, 솔직히 썩 내키지 않는 것도 이 스트레칭이죠. 하지만 효과를 한번 경험해보면 마치 ‘중독’처럼 빼먹지 않게 되는 ‘미스터리한 마력’도 가지고 있고요.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 ‘운동 중독’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웨이트에 몰입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비거리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
한국 투어 데뷔 초반쯤이었을 거예요. 한 베테랑 기자가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당신은 곧 우승할 거다!” 뜬금없는 얘기여서 “왜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쭉 지켜봤다. 다른 선수보다 스트레칭을 훨씬 많이, 그리고 공들여서 하더라. 난 선수들의 준비 과정을 유심히 본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스트레칭을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한다는 것도 몰랐던 때였습니다. “웨이트만이 살길!”인 것처럼 운동에 빠졌던 제가 스트레칭의 세계에 한층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죠. 맛을 제대로 들인 게 일본투어에서였습니다. 일단 샷 연습이 자유로운 한국이나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이 잘 발달한 미국과 달리 스트레칭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거든요. 일본은 당시 연습공 수를 제한했답니다. 수백 개를 쳐도 시원찮은데 수십 개 정도만 치라고 했으니 몸이 풀리지 않았고, 스트레칭에 집중해야 했던 거죠. 일본 경기 티오프 직전 라커룸이 늘 스트레칭하는 선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유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보지 못한 낯선 풍경이었죠. 그럭저럭 선수들과 친해지면서 틈에 끼어서 하게 됐고, 할수록 좋아진다는 생각이 들어 필드에 나가서도 틈나는 대로 하게 된 거예요. 특히 나이가 들면서 컨디션 기복이 심해지는 걸 느끼고는 기를 쓰고 스트레칭에 매달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컨디션에 따라 비거리도 정말 20야드까지 들쭉날쭉할 정도로 업 앤드 다운이 심했던 때였죠. 라운드 전, 라운드 도중, 라운드 후 등 틈만 나면 몸을 풀려고 애를 썼답니다. 놀라운 건 이걸로 비거리도 많이 회복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하더군요. 재활의학 연구팀이 스트레칭이 비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해봤더니 5분만 해도 6~7야드가 늘었고, 30분을 했더니 최대 15야드까지 달라지는 걸 확인했다고 하네요.
라운드 전 온수욕도 효과
다른 종목에서도 스트레칭은 부상 예방 효과와 운동을 통증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수명’ 연장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주말 골퍼들은 티오프 전 후다닥 해치우는 요식행위처럼 받아들이는 듯해 아쉬울 때가 많아요. 필드 레슨을 나가보면 라운드 직전 헐레벌떡 와서는 몸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샷을 많이 하죠. 비거리가 늘 불만스럽다며 새로 나온 클럽을 사들이는 데는 거액을 쓰면서 5분짜리 짧은 스트레칭조차 관심 없는 분도 의외로 많고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저강도 스트레칭으로 저는 ‘몸통 돌리기’를 우선 추천하고 싶어요. 쇼트 아이언 한 개만 있으면 짬짬이 언제든 할 수 있고, 또 특별한 요령도 필요 없거든요. 목 뒤에 걸치거나 허리 뒤에 둘러서 해도 되고 가슴과 목 사이에 올려놓고 해도 됩니다. 지루할 수 있으니 번갈아 가면서 해도 좋고요. 저는 라운드 중에도 샷이 엉키거나 정확도가 떨어지면 수시로 이런 스트레칭을 했는데,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라운드하기 전 시간이 된다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거나 반신욕을 해도 효과가 있어요. 이건 골프 선배인 강수연 프로가 제게 귀띔해준 건데, 강 선배님은 몸 전체를 물에 담그면 더 샷이 안 돼서 반신욕을 해봤는데 훨씬 효과가 좋았다고 합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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