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본창 배드파더스 운영자 "양육비 받게 된 분들께 10원도 받은 적 없다"

입력 2020-01-16 10:00   수정 2020-01-16 10:50


"제도를 바꾸고 나면 '배드파더스'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모두의 고통이 끝나는 것이니까요."

구본창(57) 배드파더스 활동가는 16일 한경닷컴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아이의 생존권을 위한 일에 명예훼손이라는 덫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법제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 씨는 2018년 7월 배드파더스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왔다. 현재까지 제보 접수가 된 것만 3500여 건에 신상 공개가 된 사람들은 400명.

그러나 지난해 5월 신상이 공개된 일부가 구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하면서 구 씨는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당초 검찰은 구 씨에게 실명과 사진 공개한 점 등을 문제 삼아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를 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 국민참여재판을 거친 뒤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구 씨는 양육비 미지급에 고통받는 아픔이 명예훼손보다 더 중요한 공익적 가치로 평가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투 운동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발목을 잡아 왔다"면서 "양육비 문제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상대에게 지급 촉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상대가 연락을 차단하거나 양육자들이 상대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알리는 방법뿐이었는데 이런 과정에서도 명예훼손 소지가 있어 양육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재판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지급으로 받는 고통이 크기 때문에 공익을 인정해준 것이다"라며 "거꾸로 양육자들이 본인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 아이의 생존권을 위한 것에서는 명예훼손이라는 덫이 사라졌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이런 판결이 내려지자 일부 삐딱한 시선을 가진 네티즌들은 "양육비를 받게 되면 그 중 상당부분은 배드파더스에서 챙긴다더라"라고 주장했다.


구 씨는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액적 이득, 정치권 러브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구 씨는 "실상을 말씀드리면 배드파더스 사이트에서 신상을 공개할 때, 제보할 때 단 돈 10원도 요구한 적이 없다"라며 "해결이 된 분들에게도 10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금액을 어떻게 요구하는가. 그리고 누가 주겠는가"라며 "양육비 해결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 주변 지인 등 많은 분이 후원을 해줘서 배드파더스가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 러브콜도 없었고 저는 10년 전에 은퇴를 한 사람"이라며 "직업 활동을 다 접고 돈 버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는데 정치를 하겠는가"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은퇴를 할 때 딸들이 다 필리핀으로 갔다"면서 "국적만 한국 사람이지 모든 사회적 터전은 필리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정치를 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양육비 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관련 법제화, 제도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구 씨는 "이 판결 이후에 제보가 폭주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활동에 탄력을 받을 전망인데 근본적으로는 양육비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아울러 "양육비해결총연합회라는 시민단체가 있다"라며 "이곳과 함께 법안 발의를 위해 노력하는데 그쪽에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법이 부실해서, 법으로 해결이 안 되다 보니 나온 사이트일 뿐"이라며 "궁극적으로 폐쇄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을 한 뒤 수입이 없는 경우 부득이 양육비 지급을 연체하거나 못주는 경우도 있지만 수입이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려고 악의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떤 사람은 고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서 좋은 직장도 그만두고 수입 파악이 어려운 직장을 다니면서 재산을 은닉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 경우 물론 법률적으로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다. 직장을 다닐 경우 급여를 압류할 수 있고 재산이 있으면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법원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행명령과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고 정말로 악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예훼손이 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신상을 공개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신상을 공개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지, 다른 수단으로는 법적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판결을 환영하지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다고 바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른 법적 권리구제 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법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하고 신상공개는 최후의 방법으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나/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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