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알짜 매물로 통하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KB금융그룹과 대만계 푸본그룹, 사모펀드(PEF) 3곳 등이 참여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가 이날 진행한 예비입찰에 최소 5곳이 인수 의향서(LOI)를 제출했다. KB금융지주를 비롯해 국내 1~3위 PEF인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대만계 푸본그룹이 도전장을 냈다. 매각대상은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PIIH)가 보유한 지분 100%다.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우리금융지주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지만 DLF 및 라임자산운용 상품 판매로 인해 금융감독 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탓에 푸르덴셜생명 인수전까지 뛰어들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금융그룹도 예비입찰 참여를 추진했지만 골드만삭스 측에서 비밀을 유지하겠다는 서약서(NDA)를 늦게 제출했다는 점을 들어 참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들어온 업체들만으로도 흥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셈이지만, 들어오는 손님을 내쫓은 셈이어서 뒷말도 일부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은 막판까지 입찰 참여를 고민했으나 최종적으로 입찰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화생명도 우량 자산을 많이 보유한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몸집을 더 키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입찰 참여에는 이르지 못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자산규모는 작년 6월말 기준 20조1937억원이다. 순자산(자본)은 2조9588억원에 달한다. 2018년엔 2204억원, 작년 상반기엔 1012억원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보험사 건전성의 주요 지표로 꼽히는 지급여력비율(RBC)은 작년 6월말 기준 505%로 상당히 우량하다. 비슷한 시기 매물로 나온 KDB생명의 경우 자산규모는 비슷하지만 부채를 제외한 자본규모가 1조원대고 RBC 비율도 225% 수준에 그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한금융지주에 빼앗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되찾기 위해 푸르덴셜생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사석에서 여러 차례 “푸르덴셜생명에 관심은 있지만 경쟁이 과열돼 몸값이 너무 올라간다면 무리해서 살 생각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2018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신한금융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는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대형 PEF들도 푸르덴셜생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다른 PEF들도 금융부문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데 푸르덴셜생명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순자산 대비 기업가치는 고무줄이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했을 당시 적용된 주당순자산가치(PBR)는 1배 수준이었지만, 한화생명이나 KDB생명은 PBR이 0.2배에도 못 미친다. 푸르덴셜생명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PBR이 적용되어야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정답'은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3곳이 적극적으로 가격을 써낼 가능성이 높고 자산건전성에 대해서도 시장 평가가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PBR 0.5배 이상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약 1조6000억원 이상, 2조원 안팎(PBR 0.7배)에서 입찰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PIIH는 미국의 보험사 회계기준이 엄격해져 자본 부담이 늘어나자 한국을 포함해 일부 해외 법인 매각을 추진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이 성사되면 미국 푸르덴셜은 상륙 29년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골드만삭스는 내주께 예비입찰 참가자 가운데 적격 인수후보 대상자(쇼트리스트)를 추려서 발표할 예정이다. 본입찰은 내달 중 이뤄질 전망이다.
이상은/정지은/김리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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