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 고수들의 경연장 ‘캐글(Kaggle)’…한국 인재들이 안보인다

입력 2020-01-16 15:48   수정 2020-01-16 15:50



세계 인공지능(AI) 개발자들이 총 상금 100만달러(약 11억5980만원)가 걸린 과제 해결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개발자들의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이자 AI 경진대회가 수시로 열리는 플랫폼 ‘캐글(Kaggle)’에서다.
이번 경진대회는 지난달 시작됐으며 역대 세 번째 규모의 상금이 걸렸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이 후원한다. 과제는 딥페이크를 미리 감지하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 딥페이크는 AI로 사진, 동영상 등을 조작해 사람 얼굴 등을 바꿔치는 기술이다. 유명인의 영상을 조작해 여론을 조작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우려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번 경진대회엔 시작 총성이 울린지 한 달도 돼지 않아 1000개 이상의 팀이 참가했다. 16일 기준 1위는 벨라루스의 데이터 과학자 블라디슬라프 레케 투시다. 중국인 개발자들로 꾸려진 팀 ‘장준 JiangJun)’이 바짝 뒤쫓고 있다. 개발 중인 코드를 심사해 내린 순위다. 우승자를 가리는 최종 결과는 오는 4월에 나온다.
○‘AI 개발자들의 UFC’
캐글에 대한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AI 경진대회를 통해 개발 과제를 해결하고 ‘AI 무림’의 숨은 고수도 찾아내는 기회를 얻는다. 개발자들은 경쟁에 참여해 AI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
경진대회에는 학계와 연구기관의 데이터 과학자, 기업 소속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개발자들이 참가한다. 기업 등이 제시한 특정 문제의 해결법을 찾는 경쟁을 벌인다. 쌓아놓은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주로 캐글을 활용하고 있다.
호주인 앤서니 골드블룸이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일하다 빅데이터 전문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2010년 캐글을 만들었다. AI 개발자들이 몰리자 구글은 2017년 발 빠르게 캐글을 인수했다. 현재 세계 190여개 국가의 100만명 이상 개발자들이 캐글에서 자웅을 겨룬다. 캐글은 ‘긱(geek·괴짜)들의 UFC(종합격투기대회)’라고도 불린다.
○AI 개발 아웃소싱하는 기업들
그동안 다양한 기업들이 캐글에서 AI 기술을 얻었다. 구글은 AI의 이미지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찾았다. MS는 멀웨어(악성 소프트웨어)를 감지하는 수준을 높였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국제선 항공기의 도착시간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발굴했다.
데이터 분석에 탁월한 미국의 헤지펀드 운용 전문가들이 캐글에서 3개월만에 자기공명영상(MRI)만으로 심장병을 진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의료 전문가들이 10년 이상 찾던 방법이었다.
최근 한국 개발자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박진모 이스트소프트 차석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가 내놓은 위성사진을 보고 기후를 예측하는 과제였다.
9월엔 영국 ‘챔스(CHAMPS·Chemistry and Mathematics in Phase Space)’가 주최한 경진대회에서 한국인 개발자로 꾸려진 팀이 3위에 올랐다. 분자 특성을 예측하는 대회였다. 김상훈 이베이코리아 연구원, 이유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당시 KAIST 박사과정), 최성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선임연구원, 이영수 마인즈앤컴퍼니 연구원, 송원호 중앙대 학부생 등이 올린 성과였다.
○아직 부족한 한국인 실력자
그러나 캐글의 상위 실력자 명단에는 한국인 개발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날 기준으로 상위 50위 안에 한국인은 2명이다. 세계 5위이자 한국 1위는 박진모 이스트소프트 차석이다. 세계 21위 및 한국 2위는 김상훈 이베이코리아 연구원이다.
중국인 개발자들은 상위권에 많다. 상위 50위 안에 적어도 8명의 중국인 개발자가 이름을 올렸다. 세계 1위와 2위 모두 중국인 개발자다.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개발자도 있어 중국인 개발자가 상위권에 더 포진해 있을 수도 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캐글 개발자 순위나 숫자가 국가별 AI 기술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나 보조지표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지난해 8월 자체 집계한 결과, 캐글이 지정한 최상위 연구자(그랜드 마스터) 중 한국인은 1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랜드 마스터가 제일 많은 국가는 미국(27명)이었고, 그 다음은 중국(13명), 일본(7명) 등의 순이었다. 국내의 한 캐글 참여 개발자는 “최근 들어 한국의 그랜드 마스터가 한 두명 더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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