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슈 떠오른 부동산…與 "종부세 강화" vs 한국당 "상한제 폐지"

입력 2020-01-16 17:18   수정 2020-01-17 01:27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앞다퉈 ‘부동산 표심’ 잡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투기 근절’과 ‘주거 안정’을 카드로 내세웠다. 주택 보유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자유한국당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으로 맞섰다. 부동산 문제가 4월 총선의 향방을 가를 여야의 ‘전쟁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與 “3주택 보유 정상 아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3주택을 보유하고도 세금을 많이 낸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며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인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사는 집 하나로 충족해야지 다른 사람이 살 집으로 이익을 내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규제를 이어갈 것임을 내비친 발언이다.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선 종부세 과세 체계 세분화를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김정우 의원이 “주택 세 채를 소유한 사람과 다섯 채를 보유한 사람에게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게 조세 정의 측면에서 적정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0.2~0.8%포인트 인상하고, 2주택자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전년 대비 200%에서 300%로 올리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더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더 세부적으로 구분해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민주당은 전·월세 급등을 막기 위한 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포함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이 법안은 임차인이 한 차례 전·월세 기간을 연장해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도 검토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주어져도 임대인이 전·월세 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면 정책 취지가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여부를 총선 후보 검증의 주요 잣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경선 후보자가 부동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두 채를 보유한 경우 한 채에 대해 ‘2년 내 매각서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어기면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징계하기로 했다.


한국당 “반시장적 규제 철폐하겠다”

한국당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공급을 늘리는 방향의 총선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값을 잡겠다며 여러 규제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에 혼란을 주고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폭등하는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게 한국당의 판단이다. 이날 한국당이 발표한 공약에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고가주택 기준 조정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 공급 확대 △3기 신도시 건설 정책 전면 재검토 등이 담겼다.

한국당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서울 도심과 1기 신도시 지역에서 노후 공동주택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출 규제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를 고려해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최초 자가주택 구입자나 실거주 목적인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게도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택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고가주택 기준을 ‘공시지가 9억원 이상’에서 ‘공시지가 12억원 이상’으로 조정하는 것도 공약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목동 현장간담회를 시작으로 부동산 현장을 순회하는 릴레이 간담회를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민 관심도가 높은 부동산을 통해 여당 정책 견제와 민심 훑기에 동시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재원 한국당 공약개발단 총괄단장은 “문재인 정권이 취임 이후 18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국민을 투기꾼으로 몰면서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양극화만 초래했다”며 “한국당은 누구나 노력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고은이/구민기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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